백두대간(2011.12. 17. ~ 2013. 5.4

34번째 구간(미시령-상봉-화암재-신선봉-대간령-병풍바위-마산령-진부령)

하진수 하진수 2013. 5. 7. 23:48

○ 산행일 및 시간: 2013. 5. 4. 04:00 ~ 12:30 (소요시간: 9시간 30분)

○ 날씨: 맑음

○ 함께한 사람: 23

○ 산행구간: 미시령-(2.3km)-상봉-(1.6km)-신선봉-(3.0km)-대간령-(3.5km)-마산봉-(1.9km)-알프스리조트- (4.3km)-진부령

○ 산행거리 : 대간거리 16.6km, 접속거리 0km, 실거리 16.6km

 

● 구간특징

- 들머리: 미시령휴게소

- 마등령~미시령에 이어 미시령에서 대간령까지 출입금지 구역임.

- 상봉, 신선봉, 병풍바위봉, 마산봉 정상석은 메직 글씨로 정상석 표시가 되어 있음

- 상봉(1,239m) 오르는 중간지점에 작은 샘터 있음.

- 상봉 정상 가기전에 바위와 너덜길이 이어짐.

- 상봉에서 화암재 내려가는 길은 매우 가파른 암릉구간으로 눈, 결빙, 우천시 주의요망.

- 화암재 안부는 표지판이 없음.

- 신선봉 삼거리에서 신선봉 정상은 5~6분 거리며, 금강산 일만이천봉 중 가장 첫 번째 봉우리임.

- 신선봉(神仙峰) 정상 밑 삼거리에서 진행방향 우측으로 진행하면 대간령 방향임.

- 대간령(641m)에는 미시령 방향 출입금지 표지판과 나무판으로 만든 대간령 표지판이 있음.

- 병풍바위봉우리(1,058m) 직전에서 우측으로 진행하여야 마산봉임

- 마산봉(1,052m) 정상에 알프스리조트 방향 이정표와 마산봉 정상 표지석이 있음.

- 알프스리조트는 부도로 영업을 하지 않으며, 진부령 정상 이정표를 따라 도로와 산길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함.

- 진부령에서 더이상 백두대간 종주를 이어갈 수 없음.

- 중간탈출로 : 없음

- 구간내 식수 보충장소 : 상봉 밑 셈터

백두대간 34

백두대간을 종주해 보리라는 생각에 지리산 천왕봉을 밟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덕유산,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을 지나 마지막 구간 진부령에 다가갈 것을 생각하니 숙연해지는 것은 나만의 상념일까? 막걸리라도 한잔하자는 직원들의 말을 뒤로 하고, 마지막 산행 준비를 위해 저녁을 먹은 후, 오지 않은 잠을 억지로 청하다 일어났다. 샤워로 부산을 떠는사이 집사람은 먹을 음식과 등산도구를 배낭에 챙겨넣는다.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의 마지막 산행을 축하라도 하듯 내리던 보슬비는 멈추었고 하늘에는 초승달과 반짝이는 별빛이 대간길을 밝혀주고, 저 넘어 속초시의 초롱초롱한 야경은 오늘의 완주를 축하해 주고 있는듯 하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시령 들머리의 철조망은 굳게 닫혀 있고, 그 앞의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감시초소는 1년 사시사철 불이 켜져 있다 그들의 눈을 피하다보니 인제군 방면으로 200여m를 내려와 도로 축대위에 설치된 180㎝ 높이의 철조망을 뛰어 넘을 수 밖에 없었다. 길도 없는 너덜길 덤불을 헤쳐 가파르게 10여분을 오르자 미시령 주능선이 나오고, 동해안의 바람은 몸을 날려버릴듯이 불어댄다. 상봉에서 화암재 사이의 급경사 내리막 빙판길과 큰 바위 너덜길 등은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임에도 편안함을 허용하지 않을 모양이다. 몸이 건강하기만 하면 탐욕이 생기기 쉽고, 공부하기에 장애가 없으면 배움이 넘치게되고, 일이 쉽게만 풀리면 경솔해지고, 분수에 넘치는 이익을 얻으면 어리석어지기 쉬운게 인간인지라, 오늘의 고행길 또한 대간완주를 하였음을 내세우며 오만해지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일 것이다. 산에 오면 자신도 모르게 겸허해진다

상봉을 지나 화암재를 갈 무렵 장엄한 동해의 일출이 구름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매일 누구나 보는 해 이건만, 유독 오늘은 나혼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해인양 들떠 있다. 어둠을 뚫고 위로 솟아나는 힘을 얻고 싶은게다.

마장터에서 화암사로 넘어가는 재라고 해서 이름지어진 화암재를 지나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첫 봉우리인 신선봉으로 향한다. 금강산의 첫 봉우리라는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오른 봉우리이지만 신선봉(神仙峰) 정상석은 편편한 돌 하나에 메직으로 쓰여진 글씨가 신선봉임을 알려 줄 뿐 새벽 안개로 조망은 전혀없다. 안개가 없었다면 저 멀리 마산봉과 휴전선 철조망이 걸쳐진 향로봉을 아니 그 너머의 금강산까지도 볼 수 있었으련만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간령을 향한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간성읍 토성면 도원리를 이어주던 고갯길로 1970년대까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였던 대간령(大間嶺, 641m)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백두대간의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 병풍바위 봉우리와 마산봉(1,052m)을 올랐다. 정상 바위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진부령과 칠절령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그 뒤로 보이는 금강산 자락을 가늠해 본다  언제쯤 저 길을 지나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백두산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한동안 생각에 잠기다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진부령으로 발길을 떼어 놓는다.

진부령(陣富嶺), 신라의 왕, 경순왕 김부가 넘었던 곳이라 하여 "김부"가 "진부"로 되었다고 구전(口傳)되어 오고 있는 진부령은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간성읍 진부리를 이어주는 진부리에서 온 지명이며, 소양강의 상류인 북천과 소하천의 분수령이 된다. 이곳에서부터 백두대간은 길은 있으되 더이상 걸을 수 없는 길이다. 향로봉까지는 남한땅이지만 군사지역과 자연보호 구역으로 묶여있고, 그 이후로는 갈 수 없는 북녘땅이기에 진부령에서 백두산까지는 오로지 바람과 구름과 새들만의 길이다. 언젠가 남북이 하나되는 날, 다시금 이곳에 모여 백두산까지 벅찬 가슴을 안고 종주의 꿈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완주패를 안고 인증샷으로 산행을 마무리 한다.

1년 5개월의 여정, 지리산 천황봉을 출발하여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진부령까지 능선 길 734.65km(포항 셀파산악회 실측자료), 접속 길 100㎞, 실제 산행거리 830 여 km의 기나긴 길, 하루코스로 짧으면 15km에 8시간, 길게는 30km에 14시간 이상을 눈이오나 비가오나 바람이 불어도 당일 또는 무박 2일 일정의 산행으로 한 달에 두 번씩 어렵고 힘들었던 여정을 걸어왔다. 누군가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누구도 산을 대신 타 줄수 없기에 오로지 ‘온몸으로 온몸을 밀어’ 나아갔던 대간 길. 이제, 넘어온 산 보다 더 적게 남은 넘어야 할 삶 앞에서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이며, 더 가볍게 즐겁게 더 밝은 눈으로 더 멀리보기 위하여, 새로운 산을, 삶을 가보려고 마음 깊이 다짐해 본다.

그 동안 백두대간 완주를 말없이 뒷바라지 해 준 집사람, 울산원조산악회 최수열 사장님과 사모님, 5기를 이끌어 주신 돌무지 대장님, 후미를 맡아주신 울타리 정흥수 대장님, 총무를 맡아주신 야시야님, 곰탱이님, 채운님, 맑은누리 박호님, 흑장미 김지현님에게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득하다. 그리고 필봉 이환호님과 정점달 부부, 조규암님, 달배 배용수님, 만월 임종신님, 비젼11 김석도님, 돌고래 권태걸님, 노춘석님, 목초 김만춘님, 전승훈님, 늘솔길님, 설화 허남분님, 4기회장님 및 여러구간 함께 해주신 가야님, 청산님, 자연님, 심금님, 잉꼬님, 오뉴월님, 실버님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인터넷 영남알프스의 명산 김승곤, 땡삐 심향섭, 산노루 장세홍, 정원식, 권분남, 재숙란, 김윤남, 박태순 등등 여러 회원님들, 완주를 축하하기 위하여 프랭카드와 꽃다발을 들고 울산에서 진부령까지 달려온 최기용님, 지원산행 및 양주를 스폰서한 카리스마레옹 김용욱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 1미터 80쯤 되는 철조망을 통과, 저어기 넘고 있는 사람 하진수

▲ 메직으로 써 놓은 정상 표지석

▲ 화암재 내리막의 눈과 얼음

▲ 동해 일출

▲ 문어발 같은 참나무

▲ 처음 참여한 6기 회원님들

▲ 구름 넘어 마산봉

▲ 대간령

▲ 개별꽃

▲ 지나온 신선봉과 상봉

▲ 대간령과 마산봉 사이 암봉

▲ 곰치나물

▲ 솟대

▲ 얼래지

▲ 병풍바위와 마산봉사이 사잇길

▲ 현호색

▲ 휴전선이 있는 향로봉 능선을 배경으로

▲ 당귀

▲ 1년 5개월을 함께 했던 시그널

▲ 산사나이와 태백산님의 시그널

▲ 최기용님의 축하 현수막과 꽃다발~~

▲ 노춘석님도 울산에서 첫 KTX를 타고 서울, 서울에서 홍천으로, 홍천에서 택시로 여기까지

 

▲ 차창밖으로 비치는 울산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