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및 시간 : 2012. 2. 4. 08:20 ~ 17:20 (소요시간: 9시간)
○ 날씨: 흐림
○ 함께한 사람: 15명
○ 산행구간: 중기마을-(1.5km)-중재-(1.8km)-중고개재-(2.6km)-백운산-(3.0km)-선바위고개-(0.4km)-영취산-(2.1km)-
덕운봉-(3.7km)-북바위 977봉-(1.3km)-민령-(1.3km)-깃대봉-(0.4km)-깃대봉샘터-(2.5km)-육십령
○ 산행거리: 대간거리 19.1km, 접속거리 1.5km, 실거리 20.6km
● 구간특징
- 들머리: 중기마을에서 중재로 접속함.
- 중고개재에서 백운산 까지 3㎞ 정도는 급한 오르막의 연속임.
- 영취산 정상석 확인 후 직진방향으로 진행함. (좌측은 무령고개이므로 주의요망)
- 육십령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길의 연속임.
- 북바위 977봉에서 민령까지는 완경사의 억새밭 능선을 오르내림.
- 깃대봉 정상표지석은 구시봉으로 교체되어 있으며, 진행방향으로 정상석 앞 좌측으로 진행.
- 식수 보충장소: 깃대봉 정상아래 400m 지점(백두대간상, 사계절 수량풍부)
중재→백운산
누군가가 묻는다. 사람이 한 세상 사는 동안 얼마만큼의 땀과 눈물, 사랑과 배신이 필요하냐고? 내가 사는곳에 넘치는 잉여로 하여 가난하고 소나기 같은 욕망의 사막, 그리하여 ‘한 모금 물’을 위해 산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본능 같은 것이다. 산에 목숨을 의탁하지 않는 도회의 사람들에게도 산은 목숨줄이다. 그래서 산은 신성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하여, 지리산군을 마감하고 덕유산 들머리인 중재를 가기 위하여 함양군 백전면 운산리 중기 마을에서 중재까지 1.5㎞의 임도를 걷는다. 중재에서 아이젠과 스페츠를 착용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중재에서 중고개재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인데, 중고개에서는 내리막 길을 가야한다. 높은 산을 앞에두고 고도를 낮추는 내리막길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짐을 잔뜩 실은 당나귀에게 던져주는 당근이 이런 것일까. 중고개재에서 백운산까지 도상 거리 약 3.2km 중 3km 정도는 계속되는 급한 오르막이다.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백두대간을 통틀어봐도 이처럼 내리막 없이 줄곧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높은 봉우리와 낮은 봉우리 사이에는 자잘한 봉우리들이 숨어 있는 법이다. 그런데 백운산의 경우는 오로지 오르막이다보니 오르면 오를수록 정상은 그만큼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든다. 백운산(1,278.6m) 정상은 비교적 넓고 평탄한 지형으로 힘들게 올라와 잠시 쉬어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경치 또한 장관이라 지리산의 능선과 덕유산을 동시에 볼수 있는, 좌측은 전북 장수군이고, 우측이 내 고향 함양이다. 흰 구름산이란 뜻의 백운산은 같은 이름의 전국 30 여개 산 중 가장 높고 사방이 탁 트인 훌륭한 조망대다. 산정에 눈과 구름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섬진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행정구역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경남 함양군 백전면, 서상면이다. 백운산의 조망을 뒤로 하고 영취산으로 향한다. 고도를 낮추면서 작은 오르내림을 이어가다 무령고개로 내려서는 선바위고개 갈림길에서 짧은 오르막을 치고 오르자 영취산 정상이다.
영취산 하면 흔히들 진달래의 명산인 여수 영취산이나 통도사를 품고있는 양산의 영취산(영축산)을 떠올리게 되는데, 장수와 함양을 가르는 영취산(靈鷲山, 1075.6m)은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이 분기하는 주요한 산이다. 그러나 백두대간 종주코스 지도에는 표시되지만 일반 지도에는 아예 없다. 여기저기 잔설이 쌓여있는 영취산 정상 신령한 기운이 있는듯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덕운봉을 지나 북바위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지만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지루한 구간이다. 잡목숲을 따라가다보면 조망이 확트인 암봉이 977봉인 북바위다. 아래쪽으로는 논개의 생가가 있는 주촌마을과 커다란 대곡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마지막으로 넘어서야 할 깃대봉이 북쪽으로 이어져가는 모습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북바위 977봉을 내려오자 양옆으로 억새밭이 펼쳐저 있고, 억새밭은 민령을 지나 깃대봉으로 오르는 중간 지점까지 이어진다. 민령에서 마지막 오름길인 깃대봉가는 길이 힘들지만 억새들의 향연으로 조금은 위로가 된다. 정상에서 바라 보면 할미봉에서 서봉(장수 덕유)으로 다시 북으로 이어지는 덕유산의 힘찬 모습이 마치 포효하는 호랑이가 달려오는듯 하다. (깃대봉 정상 우측 아래 방지마을 바로 옆에 논개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진다) 깃대봉 정상에서 육십령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길은 정상석 좌측 내리막길로 열려있다.
영취봉 정상에서 400m 가량을 내려오자 기대했던 깃대봉 샘터다. 시원하고 물맛 좋은 샘터는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곳만 내려서면 오늘 산행의 종점인 육십령이라고 생각하니 여유도 생긴다. 샘터에서 50 여분을 내려오자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의 경계가 되는 육십령, 신라와 백제의 격전지이기도 하며 도적떼가 많아 60명이 모여서 고개를 넘었다 해서 육십령이란다. 장수감영에서 육십령까지 육십리이며 안의감영에서도 육십리 거리여서 육십령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육십령은 26번 국도로 연결되고 쉽게 넘을 수 있는 고갯길이 되었으니 도적떼 대신 여행객의 분주한 행렬만이 고갯마루의 정취를 담아가는 듯 하다.
백운산 정상에서 만나는 고향, 구름이 흘러가 닿는 함양에 나의 유년이 보인다. 사계절을 늙어갔을 나와 분주했던 지난날의 내모습도 낮게 앉아있다. 맑고 쨍한 하늘처럼 겨울산행에서 나의 청춘을 되찾고 돌아간다.
반드시 정상이 아니라도 좋다
종주거나 횡단한들 누가 탓하랴
산속에서 산의 정기를 받고
산의 호연지기를 배워
인생을 성실하게, 겸손하게
그래서 모든 세상사를 순탄하게
여기에
무엇을 더 바라랴
산을 오름은
교만을 버리려 함이다
인내를 배우고자 함이다
보다 넓은 마음을 가지고자 함이다
마침내는
산을 닮아
산과 내가 하나 되고자 함이다
----오 정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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