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2011.12. 17. ~ 2013. 5.4

2구간(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기리-수정봉-고남산-매요리)

하진수 하진수 2013. 4. 16. 07:12


○ 2011. 12. 31. 울산원조산악회 백두대간 5기

○ 산행시간: 04:20 ~ 16:20 (소요시간: 12시간)

○ 날씨: 맑음

○ 함께한 사람: 28명

○ 구간: 성삼재-(1.6km)-작은고리봉-(1.7km)-묘봉치-(1.9km)-만복대-(2.2km)-정령치휴게소-(0.9km)-큰고리봉-(3.2km)-고기삼거리-(2.4km)-노치샘-(1.8km)-수정봉-(1.3km)-입망치-(3.3km)-여원재-(5.3km)-고남산-(5.1km)-매요리

 

○ 산행거리 : 대간거리 30.7km, 접속거리 0km, 실거리 30.7km

 

● 구간특징

- 들머리 : 성삼재주차장

- 성삼재주차장에서 뱀사골 방향으로 200m 가량 내려가다 좌측 능선으로 진입하는 출입구가 있음.

- 작은고리봉의 정상석은 고리봉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정상아래 삼거리에서 진행방향 좌측길이 정상방향임.

- 묘봉치는 작은 헬기장이며 이정표가 없음.

- 만복대 정상까지는 나무가 없는 지역이고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옴.

- 만복대 정상에서 좌측능선으로 내려가다 능선분기점에서 정령치로 진행.

- 정령치는 달궁삼거리와 고기리 사이의 도로상에 있으며, 휴게소에서 식수 구입 가능.

- 정령치휴게소 좌측 뒷쪽으로 대간 주능선이 이어지며 고리봉(큰고리봉)으로 진행.

- 큰고리봉 정상에서 진행방향 좌측 고기리 방향으로 내려설 것

- 큰고리봉 정상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태극능선임.

- 고기리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임.

- 큰고리봉에서 고기리 방향으로 약 500m 정도 내려서면 울창한 솔숲이 고기삼거리까지 이어짐.

- 고기삼거리에서 운봉방향 지방도 60번 도로를 따라 약20여분 진행하다가 좌측 노치마을로 진행

- 노치마을 진입 후 노치샘을 거쳐 마을 뒷편 당산소나무(4그루) 군락지로 진행

- 수정봉은 이정표가 있으며, 수정봉에서 내려서다 임도 갈림길 주의, 시그널등으로 확인

- 입망치로 떨어진 후 700봉 방향으로 진행

- 700봉에서 여원재로 내려오는 길에 임도를 만나며,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왼쪽 산길로 진입

- 여원재는 24번 국도(함양과 남원)상의 정상이며 표지판 있음

- 여원재로 내려와 좌측으로 50 여m 진행하여 우측으로 시그널 확인 후 진행

- 이곳부터 고남산 진입로까지 논밭을 가로질러 가야 하므로 주의바람

- 고남산 정상석 확인 후 헬기장을 통과하여 KT송신소를 우회하여 정문쪽으로 진행

- 정문입구 20 여m 전방에서 좌측으로 진행

- 안부를 따라 내려서면 아스팔트 도로인 통안재에 이르며 도로를 내려서다가 좌측 전신주쪽으로 진행(특히 주의, 시그널 확인)

- 유치재를 지나 야산 구간을 지나면 매요마을에 도착

- 식수 보충장소: 정령치휴게소, 노치샘, 여원재 민가



백두대간 두 번째 구간


지난 첫 번째 구간 39.34㎞를 1박 2일,

난생 처음으로 도전한 백두대간 산행길임에도 생각보다 길지 않은 구간이었다. 눈덮인 능선을 따라 오르고 안기며 편안하게 등산을 했으니, 이번 두 번째 산행도 그럴 것이겠지라는 생각에 가볍게 출발한다.


04:20경, 성삼재에서 뱀사골로 내려가는 도로를 따라 200m 정도를 진행하면, 좌측 철조망 사이에 설치된 출입구를 통과하여 능선으로 진입하게 된다. 30여분이 지나자 작은고리봉(1,248m)에 이르게 되는데, 정상석은 구례군에서 설치한 것으로 '고리봉'으로 되어 있다. 작은고리봉을 내려서면 안부에 작은 헬기장이 있는데 이곳이 묘봉치로 이정표가 없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다시 300m 가량 고도를 높이니 만복대,

만복대(萬福臺)라는 이름은 만가지 복을 가져다 준다는 곳으로,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날이 밝았더라면 지리 주능선인 노고단과 반야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100리 주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인데, 날이 밝기 직전이라 수려한 경치를 보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만복대에서 내려서니 정령치다. 정령치는 서산대사의 황령암기에 의하면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鄭將軍 )을 파견하여 지키게 하였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령치는 성삼재에서 내려온 도로가 달궁삼거리에서 고기리로 이어지는 737번 지방도 고개마루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령치 휴게소가 있어 산행에 지친 대간꾼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 준다. 


정령치 휴게소 좌측으로 난 대간 능선길을 따라 큰고리봉으로 올라설 즈음, 2011년도 마지막 날의 일출을 맞이하는 행운을 얻었다.

날마다 맞이하는 태양임에도 왜 이리 각별한지 아마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만감이 아닐까? 

 

저 멀리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을 물들이며 타고 오르는 장엄한 용솟음을, 태양 신의 영험까지도 얻고 싶은 인간의 본능을 神도 아시겠지......좌측 골짜기로는 남원시와 주촌면 등을 감싸는 운무가 한폭의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백두대간을 타지 않았다면 이렇게 장엄한 경치를 어찌 보겠는가. 큰고리봉에 이어 작은고리봉 정상에는 하나의 고리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고리봉이라는 이름은 섬진강을 거슬러 남원성의 오수정까지 올라오던 배를 묶어 놓았던 고리가 어딘가에 있었다는 전설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지리산 고봉들을 두루 거치면서 달려 온 백두대간, 고리봉을 끝으로 고도를 낮추면서 잠시 숨을 고르고 하늘을 올려다보라는 신호인지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큰고리봉 정상에서 진행방향으로 직진해 가면 철쭉과 태극능선으로 유명한 바래봉을 가는 길이 나온다. 정상에서 보면 좌측 고기삼거리 방향이 백두대간 길이다.


다시 내리막길을 500m 가량 내려서자 다소 완만해진 숲 속에는 온통 소나무들로 가득 차 있다. 솔숲의 부드러운 흙길과 솔내음을 맡으면서 약 2.5km 정도 걷다보니 고기삼거리가 나온다. 고기리는 고촌리와 내기리를 병합하여 고촌과 내기의 이름을 따서 고기리라 하였다고 하는데, 고촌리는 마을이 산중 높은 곳에 위치하는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하여 내기리는 깊은 산중의 안쪽에 있는 안터마을에서 유래된 한자 표기이다. 비백(飛白)이라는 것이 있다. 붓글씨의 획에 드러난 흰 자국을 말하며, 수정봉으로 오르는 초입인 노치 마을까지가 바로 대간 등성마루의 비백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하면 산줄기는 거의 지워졌지만 대간 마루 분수령의 지위는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길의 왼쪽으로 흐르는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들고,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에 몸을 섞을 것이다. 김정호의『대동여지도』를 보면 정확하게 산길을 이어 놓았는데, 분수계를 따라 같은 마을이면서도 운봉읍과 주천면으로 경계가 나뉘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조상들의 지혜로운 혜안으로 만든 정확한 분수계 설정과 백두대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


마을안쪽, 마을의 공동우물 노치샘에서부터 대간길은 수정봉을 향해 키를 높이면서 노치마을의 당산소나무를 지난다. 마을 뒷쪽의 아름드리 육송인데도 마치 바위틈에 뿌리내린 듯 운치있게 휘어져 있다.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오르자 수정봉 정상, 옛날 수정광산이 있어 부르게 되었다는 수정봉은 마치 학이 날개를 펴고 날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곳이다.


수정봉을 뒤로 하고 올라온 만큼 내려서는 안부가 입망치, 다시 700봉을 올랐다 내려서니 백두대간의 유서깊은 고개인 여원재다. 여원재(女院峙, 470m)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24번 국도가 지나는 곳으로, 지리산 뱀사골과 백무동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차량으로 넘나드는 곳이다. 여원재 정상 암벽에는 여신상(女神像)이 새겨져 있고 옆에는 산신각도 있는걸 보니 꽤 역사적인 인물인가 보다. 오후 1시경, 9시간 정도를 걷다보니 발바닥에서는 불이나고 무릎은 너무 아파서 말도 안나온다. 작심하고 시작한 백두대간길이라 아예 이탈은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고통을 수반하는 산행이다보니 저절로 비명이 나온다, 후미에서 산대장의 "하나 둘, 하나 둘"하는 구령이 없었다면 오를수 있었겠나? 감사할 뿐이다.

고남산 정상에서 통안재와 유치재를 지나 매요리 마을까지 2시간에 8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데 정말 힘에 부친다.


갈등중에 누군가가 '장고개도 넘어왔는데 이깟 단고개 8개 쯤이야,  "여러분 힘들 냅시다!"는 말에 픈 다리를 끌다시피 하며 걷고 또 걷는다. 마지막 500m를 남겨두고 또 한 봉우리를 넘어가는 하산길, ‘백두대간의 하산길은 100m를 남겨두고도 고개를 넘어야 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곳이다.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치는게 좋아.” 포레스트 카트의 자전 소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 ‘작은 나무’가 엄마 아빠를 차례로 잃은 다음 산으로 들어가면서 체로키 인디언인 외할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는 말이다. 소설이 아닌 현실 속에서도 이 말은 옳다. 우리는 종종 임계점을 넘은 육체적 피로의 정신적 치유 능력을 경험하곤 한다. 두 번째 구간을 너무 힘들게 오른것 같다. 첫번째 구간만큼인줄 알고 시작했다가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서 힘들었다.


평소 하루에 30㎞가 넘는 산길을 걸어본 적이 없었던 내가 백두대간 종주길에 들어섰으니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자신이다. 남은 구간도 이 두 번째 구간 같으면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지만,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게 山門이 아님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제 울산원조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5기생들만의 산행이다.

4기로 남진을 하였던 돌무지님과 울타리님 부부의 도움을 받으며, 출발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고리봉을 지나고


만복대를 지나니


동녁하늘의 태양이 붉게 타오를쯤 정령치에 다달았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시-, -안치환 노래-

 

행여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

~~

행여 견딜만 하면

오지마시라

 

지리산을 정말 잘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로 가수 안치환이 운치있게 노래로 불러 지리산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가 보다.

 


 


 

남원군 운봉면과 그 주변의 산들이 고요함을 더해주는 시간이다.


 


 


  

무릎관절의 염증으로 수술적 치료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말을 뒤로 하고

백두대간 종주길에 올랐다는 분,

종주를 하다보니 어느새 아품이 다 가셨고,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등산의 의미를 느끼게 한다. 남진에 이어 북진 중~~

 

 

노치 마을이다.

대간길은 위와 같이 마을길을 지나는 곳이 두어곳 있지만 대부분 재와 능선을 넘고 넘는다. 


 


 

수정봉


 

고인돌


 

 그 옆의 부처상까지


 

새벽부터 해가 뉘엇뉘었 넘어갈때까지 걸었음에도 아직 날머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곳 고남산을 끝으로 메요리 마을에 다다른다.

쉽지 않은 백두대간 북진의 두번째 코스,

난생처음 30㎞이상되는 산길을 온종일 걸었으니

내 몸 구석구석은 너무나 아프다는 신호를 계속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