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및 시간 : 2012. 2. 18. 08:30 ~ 17:00 (소요시간: 8시간 30분) ○ 날씨: 맑음 ○ 함께한 사람: 23명 ○ 산행구간: 육십령-(2.2km)-할미봉-(4.8km)-서봉,장수덕유산-(1.2km)-남덕유산-(1.5km)-월성재-(1.9km)- 삿갓봉-(0.8km)-삿갓재대피소-(3.5km)-황점 ○ 산행거리 : 대간거리 12.4km, 접속거리 4.2km, 실거리 16.6km ○ 날씨 : 맑음 ● 구간특징 - 들머리: 육십령(734m) - 할미봉(1,026m) 정상 아래쪽 부터는 암릉 구간임(로프 있음) - 할미봉을 내려오는 길은 철계단과 직벽에 가까운 암릉길이므로 주의 필요(로프 있음) - 덕유교육원 삼거리 이정표는 두군데 있음(육십령 기점 4.0km와 4.9km) - 덕유교육원 삼거리를 지나면 급한 오르막이 이어지며, 서봉 정상 바로 아래는 암릉길임. - 서봉(1,500m)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철계단이므로 미끄럼에 주의 필요. - 남덕유산(1,507.4m) 정상아래 100m 지점(공터)에서 대간길은 좌측 월성재 방향으로 이어짐(남덕유산 정상을 조망한 후 다시 공터로 내려와 월성재 방향으로 진행) - 월성재에서 우측으로 탈출하면 황점마을이 나옴 - 삿갓봉 정상아래 0.3km 지점 삼거리(이정표 있음)에서 삿갓봉 방향으로 진행(이곳 삼거리에서 삿갓봉 정상을 오르지 않고 좌 삿갓재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음). - 삿갓재대피소에서 우측 황점마을로 하산함. - 삿갓재대피소 밑 참샘이 있는데, 물이 없을때가 많음 덕유산 언제나 그렇듯 산행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마음은 설레이면서 걱정도 앞선다. 길지 않은 대간길을 도전하면서 나 자신이 점점 생각이 깊어짐을 느끼게된다. 일정표를 보니 높은 봉우리 여러개를 힘들게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아직은 겨울바람이 차서 덕유산의 설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육십령(734m) 고개에서 남덕유산으로 오른다. 참나무 사이사이에 소나무가 섞여있어 느긋한 오름길로 접어든다.
조금씩 키를 올리며 걷다보니 힘든 암릉 구간과 코가 땅에 닿을듯한 오르막, 할미봉(1,026.4m)이라 부르는 암봉이 나온다. 할미봉 정상 앞에는 서봉과 남덕유의 능선이, 우측 전북 장수군의 넓은 고을과 옛날 영각사가 있는 함양의 서상면 좁은 골짜기가 내려다 보인다.
뒤로는 백운산과 구시봉(깃대봉) 등 지리산군 능선이 부채처럼 펼쳐진다.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니 대포바위 갈림길이다. 대포바위는 가까이서 보면 남자의 거시기와 같아 일명 남근석(男根石)이라고도 한다. 할미봉을 내려서자 덕유산 국립공원 구역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본격적인 덕유산 주능선이 시작된다.
덕유산은 덕이 많아 너그러운 모산이라 해서 덕유산(德裕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으로 장장 30 ㎞ 가량 이어진다. 덕유산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남덕유산, 옆에 있는 서봉을 장수덕유산 이라고도 부른다. 지리산, 소백산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육산(肉山)을 이루며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다음으로 남한에서는 네 번째 높은 산이다.
한시간 가량 오르막을 오르자 산 중턱에 걸린 구름이 시야를 가려 앞 사람의 발뒷꿈치만 보고 오르막을 오른다. 서봉 정상을 1㎞ 가량 남았을 무렵에 구름을 뚫고 서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동안의 힘든 산행을 보상이라도 하는지 수정같이 맑은 능선과 우뚝 솟은 봉우리가 마치 신기루를 보는 듯 환하게 나타난다.
군데군데 잔설에 묻힌 마른 풀들이 고개를 내미는 이른 봄, 산기슭에는 바람이 빚어놓은 예술 전시장 같이 환상적이다. 암벽에 붙은 상고대는 섬세한 바람의 올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듯 하고, 연줄처럼 휘어진 능선과 얼음꽃 터널은 세계적인 유리 공예가도 흉내를 내지 못할 것이다.
눈이 시려울 정도로 차가운 겨울산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며 오른다. 동으로 남덕유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있고, 남으로는 지리산의 백리길 주능선이 구름위에 연꽃을 띄워놓은 듯 일망무제로 다가오는 백운산, 영취산, 깃대봉, 할미봉이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꿈틀대며 북으로 달리고 있다.
서쪽에는 마이산, 장안산이 솟아있고 멀리 무등산도 하늘금에 닿아있는 듯 하다. 또한 북으로는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이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것같다. 남덕유산으로 오르는 길은 다시 한번 더 호흡을 정리해야 될 정도로 힘든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서봉과 별다를 바 없는데, 갑자기 몰아치는 돌개바람, 황소바람으로 정상석에 눈도장만 찍고 황급히 갈림길로내려와 월성재로 향한다. 월성재에서 간식을 나눠 먹고 삿갓봉을 향하지만, 겨울산행인지라 한발 한발을 옮겨 놓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아이젠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체력이 급속히 떨어져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일행들을 놓칠세라 아픈줄도 모르고 앞만보고 걷는다. 작은 봉우리 너머에 몇개의 올망조망한 봉우리를 지나서야 삿갓봉 정상에 오른다. 전국에 조금 뾰족하다 싶은 봉우리는 모두 삿갓봉이라는 이름이 삿갓처럼 씌워졌겠지만,
남덕유산의 삿갓봉은 다른 삿갓봉들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삿갓봉 아래 300m 지점에 삿갓재 대피소로 이어지는 대간 지름길이 나있어 백두대간 종주를 목표로 능선을 오르내리는 산꾼들은 이 봉우리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여름에 양편으로 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는 산행은 종주산행 못지않은 맛을 주고도 남음이 있고 생각한다. 삿갓봉을 내려서자 삿갓재 안부에 대피소가 자리하고 있고 이곳에서 우측 황점마을로 하산한다. 덕이 많다는 지리산 남덕유산 정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가 그토록 힘겹게 올라온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다. 이제 눈에 익은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면, 어제의 나와는 다르게 눈을 크게 뜨고 긍정적인 마인드 즉 산처럼 품어주며 겸손하게 살아 갈 것이다.
굽이 굽이, 두고온 사연만큼 해 거름 길어지는 산 그리메 막소주 몇 잔, 목젖 쩌르르 삼키듯 그렇게 마시는 것이네
저기 묵김치 같은 인생 몇 쪽 우적 우적 씹는 것이네 지나 보면 세상사 다 그립듯 돌아보이는 능선길 그게 즐거움이거든,,,,,,,,,, ---권 경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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