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0년 10월 24일(07:30 ~ 15:40)
소요시간 : 8시간 10분
산행 거리 : 22.09㎞(트랭걸 GPS, 최고속도 4.0㎞, 평균 속도 2.8㎞)
함께한 사람 : 박병경, 하진수(2명)
산행 코스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산 215-8에 소재한 가사령[69지방도]-(2.5km)-709봉-(2.8km)-사관령-(2.9km)-배실재-(3.9km)-침곡산-(5.1km)-한티터널[31번 국도](포항시 북구 기계면 가안리 산 57-9)
이번 산행은 병경형님의 형수도 함께 하는 날이다.
집 사람이 들머리에 내려주고 마칠 때까지
날머리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을 안타까워 했었단다
한번이라도 함께 있어주겠다는 마음으로 따라 나선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아침 5시,
울산 남구 무거동에 있는 고속도로 톨케이트 입구에서 출발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있는 '다혜 해장국'집에서
무우해물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이곳 가사령으로 왔다.
[07:30, 가사령]
가사령은 가사리와 상옥리를 잇는 고개로
두 마을 다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 소재한 마을이다.
시 또는 군의 경계를 나누면서 도도하게 흘러가던 낙동정맥이 높이를 낮추고
면과 면 사이도 아니고 면 안의 마을 사이를 옹색하게 지나가는 고갯길,
가사령에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도로 개설로 절개된 부분 50m 정도는 오르막이 심해서 얼굴이 바닥에 닿을 정도
그 사이 철 모르는 진달래가 산객을 반겨주고 있다.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 마을 앞, 마을 앞 전답이 어릴적 내고향처럼 정겹다
아침햇살과 어울려 반짝이는 붉은 단풍
눈부시게 다가오는 햇살이 산행의 시작을 산뜻하게 해 준다.
가사령 넘어있는 가사리 마을과 계곡
논밭하나 없이 이어지는 계곡을 바라보니 그 옛날 힘들었을 산골 생활이 그려진다.
색색의 단풍이 있는 능선길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녹음으로 눈이 시원해 지더니
어느새 가을이라 이제 가야 될 날을 알고 있는듯 하다
붉게 물들여 온몸을 가볍게 만드는구나~
나뭇잎이 작은 바람에도 부스스 흩날리는 모습이 처연하여 아름답다.
상옥리 마을 앞 전경
가운데, 움푹 파인 골짜기가 31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곳으로 성법령 고갯길,
아침에 저 고개를 넘어왔다
아마 조금 더 가면 저 성법령으로 하산하는 삼거리가 나올 것이다.
성법령 고갯길 주변은 수종갱신을 위한 벌목과 편백나무를 비롯한 '백합나무(목본 튤립)'등이 식재되어 있다.
양산에 있는 '흥룡사'뒷편과 울산에 있는 '능동산'주변에도 위와 같은 백합나무가 식재되어 있는데,
[퍼온 사진]
튤립꽃 닮은 백합꽃을 보지 못하여 네이버에서 사진을 퍼왔다. 위와 같이 아름다운 꽃이 온 산 가득 필 날을 기대하면서 다음 봉우리로 향한다.
[08:35, 709봉]
해발 709.1m로 산 이름은 없다.
봉우리에는 옛날에 설치하였던 헬기장 터가 남아있다
성법령은 왼쪽으로 향하고, 낙동정맥은 직진하여야 한다.
속단풍
산속에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고운 단풍이다.
[09:25, 사관령]
해발 789m의 사관령
사관령에서 바라보니
오늘 걸어가야할 능선이 늘어져 있다.
뒷쪽 아스라이 보이는 산이 운주산으로 다음 구간에서 만나게 된다.
사관령에서 조금 내려와 뒤돌아 보니 오른쪽의 709봉과 가운데 사관령이 보인다.
가운데, 움폭 패인 곳이 성법령 고갯길
이제는 자작나무 조림지 옆을 지나가고,
화려한 단풍길을 원없이 걸을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11:00, 벼슬재]
해발 476m의 벼슬재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벼슬 관(官) 자를 써서 관령으로 나와있다.
벼슬을 얻은 이들이 금의환향하여 이 고개를 넘어왔겠지
고개 아래 덕동마을에 신라 때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무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
그리하여 벼슬아치들이 자주 넘나들었기 때문에 벼슬재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찌됐거나 벼슬재는 낙동정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다.
낙동정맥의 중간 지점이고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만나는 피재까지 227km,
남쪽으로 남해바다와 만나는 부산 몰운대까지 223km로 중간 지점이다.
벼슬아치들이 팔자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었을 고갯길
낙동정맥의 중간지점을 뒤로 하고,
막실재로 걸음을 재촉한다.
[11:45, 막실재]
해발 545m의 막실재이다
누군가 안내 표시를 성의있게 만들어 걸었는데,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비닐이 찟어져 있다.
일단 걸어두기로 한다.
낙동정맥이 높이를 낮추다보니 오르막길 중간중간에 자주 나타나는 무덤,
후손들이 정성들여 관리를 하는 봉분이 있는가 하면
관리가 안된 오래된 무덤은 민묘가 되어 높이를 낮춰 가는 중이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으며,
다소곳하게 자세를 낮추어 가니 오히려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마저 든다.
어쨋거나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낙동정맥 산줄기에 조상들의 무덤을 쓴 만큼
정맥(正脈)의 정기(精氣)를 후손들은 듬뿍 받고 있을 것 같다.
이제는 가을 꽃을 느껴보자
'당신이 힘들때 나는 사랑한다'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용담
가을을 끝까지 지켜주는 구절초
봄향기를 전해주는 달래, 산부추라고도 한다.
가장 한국적인 가을 야생화 산국
향기로 발길 이끌고
짙은 보라색 꽃으로 마음을 사로 잡는다는 꽃향유
가을 산길을 가는 길목마다 반겨주는 이고들빼기
백출,창출이라는 생약명으로 잘 알려진 삽주도 꽃을 떨구었다.
강원도와 경북의 낙동정맥 종주길에서 세번째로 만나는 등산객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며 서로 안전산행을 기원하면서 작별을 한다.
[12:30, 침곡산]
해발 725.4m의 침곡산
2004년 포항에 있는 산악회에서 정상석을 설치한 것으로 오랫만에 정상석을 맞이한다.
점심식사
따뜻한 양지에 햇빛을 등지고 앉아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을 펼친다.
오늘의 메뉴는 주먹밥 6개,
하나씩 천천히 입에 넣어 보지만 몸이 힘들어 그런지 다 먹지 못하고 절반은 남긴다.
도시락을 반쯤 비우고 다시 베낭을 짊어지고 태화산으로 향한다.
단풍은 마지막 젊음을 불태운다.
[13:30, 서당골재]
침곡산과 태화산 사이에 있는 해발 530m의 서당골재
침곡산에서 서당골재까지 키를 한껏 낮추어 주더니
이제는 뒷 장딴지가 당기고, 한발자국을 내딛으면 두발자국 뒤로 밀릴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영차,영차를 반복하며 오른다.
[14:20, 태화산 산불감시 망대]
해발 676.8m의 태화산
정상에 산불 감시 망대가 세워져 있지만
산불주의 시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계단은 칡넝굴이 감겨있고, 감시인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경북 영천시 화북면에 위치한 '보현산 천문대'가 보인다
만추의 노란단풍과 파란 하늘
불량임지의 수종을 갱신하기 위하여 벌목을 한 후
소나무 등 우량수종을 식재한 넓은 단지옆을 지나고 있다.
온 산이 붉게 물드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예찬하지만 실은 단풍은 여러 색깔이 있다.
단풍나무·신나무·화살나무는 붉게,
은행나무·생강나무·아카시나무·싸리나무는 노랗게,
고로쇠나무·상수리나무·참나무·느티나무는 갈색으로 각각의 옷을 입는 것이다.
[15:10]
이제 한 봉우리만 지나면 한티터널이 나오고
한티터널을 지나 왼쪽으로 내려가면 한티재가 나온다.
한티재에서 약 30분을 달려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있는 '냉수면옥'집으로 왔다.
한우고기가 맛있고 저렴하다는 소문으로
시골에 있는 식당답지 않게 점심과 저녁은 번호표를 받아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소문난 식당을 찾아 함께한 분들과 하산주를 할 수 있으니 즐검 만땅, 건강 최고다.
시절은 만추라 곧 겨울이 찾아 올 것같은 산
나무는 내년 봄을 위해 갈무리를 한다
삶의 전환점이 될 가을, 깊어가면 만나는 계절
다시 산에서 꽃피는 봄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