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0년 10월 4일(07:30 ~ 16:30)
소요시간 : 9시간
산행 거리 : 22.81㎞(트랭걸 GPS)
함께한 사람 : 박병경, 하진수(2명)
산행 코스 : 경북 영양군 영양읍 양구리 177에 소재한 울치재 - 울치봉 - 영양풍력발전단지 - ok목장 임도 - 맹동산 -봉화산(733m) - 명동산(812m) - 화림지맥 분기점 - 박점고개 - 포도산 분기점(690m) - 여정봉(630m) - 복곡마을-황장재(경북 청송군 진보면 괴정리 206-3)
연초에 낙동정맥 종주를 계획하였다
400㎞ 가량되는 거리를 24개 구간으로 나뉘어 종주를 진행한지 6개월,
전구간의 절반을 걸었다
오늘은 13번째로 걷는 날이다.
지난번에 걸었던 구간, 아랫 삼승령에서 ok목장까지 갔어야 했는데,
컨디션의 난조로 ok목장까지 가지 못하고 이곳 울치재를 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하여, 오늘은 울치재에서 ok목장까지 가고,
이어서 황장재까지 산행하는 것으로 욕심을 내어본다.
07:30에 출발한 해발 485m의 울치재
울치란 '울다'의 울자와 고개를 뜻하는 치자를 합하여 만들어진 용어로 '울면서 넘는 고개'를 뜻하는 지명이다.
지난 여름 긴 장마로 땅은 물을 잔뜩 먹어 힘이 없다
동해안을 거쳐간 두번의 태풍은 이곳 울치봉을 비롯한 낙동정맥 길을 여지없이 짓뭉개 놓았다.
뿌리채 뽑히고 쓰러진 나뭇가지의 잔해를 넘고 비켜 가기를 20여분
해발 527m의 울치봉에 올랐다.
아스라히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산등성이 몇개를 오르내리자
[07:50]
성황당이라고 일컫는 당집(굿당)
지금은 문명이 발달하여 바이러스도 알고, 페니실린이나 비누, 피뢰침, 상·하수도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100세에 다다르는 세월이다
그 옛날에는 무엇에 전염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되어 역병이 도는지 모른체 사람이 죽어가던 시절,
당집이나 당상나무, 장독대나 뒷담장의 돌을 보면서 빌고빌었다
토테미즘이 생명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옛추억으로 남겨져 있는 당집을 뒤로 하고 길을 재촉한다.
곳곳에 초토화된 숲은 바쁜 발걸음을 붙잡고, 찢어진 등산로는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08:30]
짙은 안개길을 헤치며 오르고 내리기를 거듭하며,
산이 내뿜는 정취에 한껏 취할 무렵 난데없이 '사용허가 지역'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그 너머로 국내 최대의 풍력단지인 '영양풍력단지'를 감싸는 임도가 보인다.
마주치는 임도에서 잠시 망설였으나 낙동정맥길은 오른쪽이다
완만한 임도길 6㎞ 정도는 오늘의 산행을 쉽게 해주는것 같다.
영양풍력발전 단지내에 있는 풍력발전기는 높이 82m에 날개 직경 82m,
날개 무게만도 약 6t 에 달한다고 한다
윙윙~~ 쒹쒹~~
풍력발전기 바로 아래서 듣는 날개 회전 소리는 엄청나게 위력적이어서 몸을 짓누르는 것 같다
(발전기 밑의 밭이 배추밭인데, 배추를 수확하고 상품이 되지 않지만 그러나 괜찮은 배추가 버려져 있다.
요즘같이 배추값이 비쌀 때 파랗고 구수한 배추로 쌈을 싸먹어도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바람의 세기나 각도,
거리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소리가 들리지만 대체로 기분이 나쁜 소음이 되어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을것 같다.
[퍼온사진]
영양풍력발전단지에는 위와 같은 풍력발전기가 86기가 들어서 있고,
풍속 4m에서 25m이면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 같은 바람의 속도는 풍속 10m로 발전기 한개가 1시간에 약 70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5가구가 1개월을 쓸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한다.
풍력단지 임도변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미국 쑥부쟁이
화려하면서 이쁘기 그지 없는데, 유해식물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제거 대상이란다.
분홍색 구절초
아침이슬을 가득 머금은 구절초가 눈부시게 아름다워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보라색 산박하도
[09:00] ok목장 삼거리
풍력발전단지의 중간쯤이다.
대개 이곳에서 한구간을 출발하여 황장재까지 가는데,
오늘은 이미 1시간 30분을 걸어왔고, 마침 화장실이 있어 볼일을 볼 수도 있으니
몸도 마음도 가뿐히 길을 재촉한다.
이제 저 풍력발전기 뒷쪽의 임도가 끝나면 다시 산길로 접어들고 두번째 봉우리가 봉화산이다.
흐드러지게 핀 쑥부쟁이가 이슬을 가득먹고 청초함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꽃향유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투구꽃
가시여귀, 가시여귀는 잎에 비하여 꽃이 너무 적다.
마치 별같이 반짝인다.
쓴맛이 너무 강하여 뜨거운 물에 몇백번을 우려내도 쓴맛이 가시지 않는다고하여
'자주쓴풀'이라는 이름이 부쳐진 자주쓴풀이다.
참회나무
[10:35] 해발 733m의 봉화산
풍력단지길을 지나 산길을 조금 오르자 만나게 되는 봉화산
[10:50] 봉화산 옆의 봉수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봉수대는 무너지고 파손되어 복원해 놓은 것이 대부분인데,
이곳 봉수대는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봉수대이다.
처음에는 정교하게 돌을 맞추어 쌓았을 봉수대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며 비바람을 이기지 못해 돌덩이가 들쭉날쭉 엉성한 모습이다
원형이 잘 남아 있어 오히려 정감이 가는 봉수대
봉수대 위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다.
혹을 온몸에 가득 짊어진 참나무
[11:55] 해발 812m의 명동산
다른 산봉우리들과 달리 정상에는 정상석이 없고, 산악회에서 표시한 푯말이 명동산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상에 있는 중계탑
중계탑에는 피뢰침, 풍수계 등 각종 계측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울치재에서 출발하여 풍력발전단지를 지나고, 가운데 능선을 따라 이곳까지 걸어왔다
하지만 남아있는 길이 지금 온 길보다 더 많이 남아있으니 서둘러 길을 나선다.
[12:45] 화림지맥 분기점
중간 중간 준·희님이나 산악회에서 푯말을 붙여놓아 길안내가 되고,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길을 찾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13:10] 박점고개
박점고개다.
박점고개길이 예상외로 깨끗하고 차량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3:40] 해발 690m의 포도산 분기점
이곳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이정표가 없어 난감하다
[14:45] 해발 630m의 여정봉
여정봉을 지나 뿌리가 뽑히고, 산허리가 허물어진 곳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이쯤에서부터 선답자들의 시그널을 찾을 수가 없다.
송이채취를 하면서 지어논 천막
시그널이 없고, 송이채취 구역임을 알려주는 노끈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송이 채취꾼들이 시그널을 모두 없앴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길을 열심히 찾는다.
[16:30] 영양군 지풍면 복곡마을 앞
결국 복곡 마을 뒷쪽 산을 따라 하산하였는데,
황장재는 왼쪽에 있는 저 능선이었다.
황장재로 가거나 이곳 복곡마을 뒷산으로 내려오나 큰 차이는 없어리라는 생각에 위안을 삼지만
마음한켠 찝찝함은 가시지 않는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이곳 화매재를 지나
황장재에 도착하고,
다음 구간의 들머리인 이곳을 출발했을껀데~~
달기약수다
상큼하고 개운한 하루, 저 멀리 울치재에서 이곳까지 걸어왔다
달기약수로 닭요리가 유명한 청송군 진보면 신촌리에 있는 계곡가든에서
닭불고기와 백숙으로 저녁을 마무리 한다.
머문곳 두고 길 나서면 여행이요.
어디이든 오르면 산행인 것을~~
먼곳으로만 발길 돌린 지난날 어리석음을 뒤돌아 보면서
일주일 후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발길을 잡아보련다.
산에서 만나는 가을은 안개와 이끼로 숲이 따뜻하니
다음 구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