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낙동정맥 13구간=한티터널-545봉-불랫재-운주산-이리재-봉좌산-도덕산-오룡고개(2020. 11. 1.)

하진수 하진수 2020. 3. 15. 16:08

일시 : 2020년 11 1일(07:40 ~ 17:45)

소요시간 : 10시간 5분

산행 거리 : 23㎞(트랭걸 GPS, 최고속도 5.4㎞, 평균 속도 2.6㎞)

함께한 사람 : 박병경, 하진수(2명)

산행 코스 : 포항시 북구 기계면 가안리 산 57-9에 소재한 한티터널[31번국도]-(1.8km)-545-(1.7km)-불랫재(임도)-(3.9km)-운주산-(4.4km)-이리재[921지방도]-(1.25km)-614.9-(4.0km)-도덕산-(4.0km)-오룡고개(경북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 1394-1)

 

[07:40, 한티터널 입구]

오늘은 낙동정맥 24구간 중 19번째 산행을 하는 날,

새벽 3시경 일기예보에 구름은 많지만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는 없었다.

 

계획대로 울산에서 05시 30분에 출발

경주 팔오정 삼거리 부근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영천을 거쳐 포항쪽으로 향해간다 

그런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이슬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구간에 오기까지 날씨가 받쳐주어 힘든줄 모르고 산행을 하였다

이슬비가 떨어지니 산행을 해야 할지? 그만 두어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이내 산행을 하는 것으로 결정한 후 등산화 끈을 조이고,

스틱을 바짝 움켜 쥐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생강나무 단풍]

오늘 산행길은 23㎞~

낙동정맥이 고도를 많이 낮추어 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그렇지만 20여개 봉우리를 몇 백m씩 오르내릴 것을 생각하니 긴장된 마음에 

내 페이스대로 차분하게 걸어보기로 다잡아 본다.

 

[능선과 마루금]

1대간 9정맥을 걷는 길

1대간 9정맥의 등산길은 계곡이나 냇물을 건너지 않고 걷는 길을 의미한다

그 길은 능선을 뜻하고, 물을 가른다는 의미에서 분수령이다

꼭대기들의 이음선이란 뜻에서 순수한 우리말로 마루금이라고도 한다.

 

가을비가 낙엽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마루금)

 

한쪽에서는 누렇게 혹은 붉게 나뭇잎이 물들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비바람이 빛깔 바꾼 나뭇잎을 우수수 떨궈 버리고 있다.

 

능선에는 상수리, 갈참, 신갈나무 등 비슷한 듯 다른 모양, 다른 듯 비슷한 빛깔의 낙엽이 수북이 쌓인다

 

단풍나무 잎은 붉은 것도 있지만 누런 것이 눈에 더 많이 뛴다.

 

[구절초]

가을이 깊어 가자

꽃은 거의 다 졌는데, 간혹 늦게 피어난 구절초 한두 송이가 비를 맞아 몸을 떨고있다

 

[개쑥부쟁이]

남아있는 개쑥부쟁이도 꽃잎을 접고 숨죽이며 동면 채비를 갖추었다.

 

여름 내내 그렇게 인색하던 바람은 이제 겨울이 저만큼 다가오자

몸을 슬슬 풀기 시작하는듯 하다.

 

 

30도 이상의 급 오르막길에서 땀이 솟아올 땐 시원하게도 느껴지지만,

땀이 식으면 금세 찬 기운으로 몸속을 파고들며 본색을 드러낸다

 

바람이 제철을 만난 양 많이 차가워졌다.

 

[09:20. 불랫재]

산짐승이 득실거리는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재를 넘는다

사람도 다니고, 때로는 부처님도 다니고, 그 틈을 타서 도적도 넘나들었던 재

심지어는 영천에서 난 불이 포항으로 넘어 갔다는 불랫재이다

 

불랫재를 지나자 포항시 산악구조대에서 위와 같은 안내문을 곳곳에 설치하였다.

우리가 지나가는 능선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경북 영천,

왼쪽은 포항임을 가르쳐주는 표지판으로 이해가 된다.

 

[춤추는 소나무, 운주산 가기전]

 

몸한 번 크게 흔들며

얼쑤 얼쑤~

어깨 들썩이며, 팔을 흔들어 대는 '춤추는 소나무'

병경형님이 춤추는 소나무로 명명을 해 주었다.

 

오늘 종주하는 구간에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산이 세 개 있다.

구름이 머문다는 운주산,

봉황을 닮은 봉좌산,

조선시대 대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이 이름을 지은 도덕산이다.

 

그런데,

이들 산은 낙동정맥 능선에 있지 않고 짧게는 200m에서 길게는 600m 떨어져 있다.

 

굳이 세개의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되지만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정상을 밟지 않고서야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다.

 

"일옆지추, 만산홍엽,,, 오메 온산에 단풍들었네"라는 월간지의 단풍예찬이 떠올려지는 장면이다.

오른쪽 뒤로는 넓은 영천댐이 물을 가득 안고 있다.

 

[11:05, 운주산 삼거리]

낙동정맥길은 여기에서 왼쪽으로 꺾이고,

구름이 머문다는 운주산 정상은 200m 떨어져 있다.

 

저 앞에 운주산 정상석과 제단이 보인다

 

[11:10, 해발 806.4m의 운주산]

 

정상에는 정초에 1년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하여 제를 올리는 제천단이 설치되어 있다.

 

뒤돌아 보니 가운데에 있는 두번째 봉우리 밑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온 능선이 보인다.

8.6㎞로 오늘 산행의 약 3분의 1 정도를 걸었는데 벌써 다 온 기분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남아있는 구간이 얼마나 힘든지 ㅠㅠ

 

마타리

 

봄향기를 듬뿍 나르는 달래 , 즉 산부추

 

미역취

 

좀작살 나무

 

쥐똥나무의 열매를 눈에 담으면서 걷다보니

 

[13:00, 이리재]

어느새 이리재,

영천시 임고면과 포항시 기계면을 잇는 이리재

옛날, 기계면 쪽에서 올라온 나뭇꾼이 앞서가는 나뭇꾼을 놓쳐 영천 쪽에서 올라오는 길손에게 물었다.

"혹시 나뭇꾼 못 봤나요?" 그러자 길손이 "이리로 넘어갔어요." 그래서 고개 이름이 이리재가 됐다네 ~~

 

[새만금포항고속도로(포항-대구)]

운주산에서 이리재까지 500m의 높이를 낮추었으니, 낮춘만큼 고도를 높여야 봉좌산이 나온다.

 

[13:55, 봉좌산 삼거리]

산행 거리가 13를 넘자 다리에 힘이 부쳐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에서는 뒷다리가 당기고, 후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봉좌산 전망대]

힘든다고 정맥능선만 밟고, 곁가지로 붙은 봉좌산 정상을 밟지 않아서야~~

 

봉황의 벼슬(닭벼슬)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봉좌산, 저곳까지 600m 거리이지만 가보아야 한다.

 

[14:15, 봉좌산]

해발 626m 봉좌산

 

뒤돌아보니 구름위의 산 운주산, 기가막히는 운해의 장관을 본다

 

맞은편에는 봉좌산에서 내려가 다시 올라가야 할 도덕산의 위용에 기가 질린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 방향의 고속도로와 비학산과 두봉산이 가슴에 담고, 도덕산을 향한다..

 

[15:50]

봉좌산과 도덕산 사이의 임도,

포항에서 영천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에 아담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쑥부쟁이]

쑥부쟁이와 구절초는 꽃만 봐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쑥부쟁이 잎은 대체로 뽀족한 생김새인 반면 구절초는 잎이 대체로 넓다는 생각으로 봐야 구별이 쉽다.

 

[도덕산 갈림길]

이곳에서 도덕산 정상까지는 500m, 지치고 힘들지만 갔다 와야 한다.

오룡고개 방향은 우측인데, 아예 안내가 없다.

이는 정맥을 종주하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산길로 너무나 가파르고 험하기 때문에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이다.

 

[16:45, 도덕산]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희재 이언적 선생이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도덕산이다.

 

뒤돌아 보니 봉좌산과 운주산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봉좌산과 여래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득 가둔 옥산댐이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에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다

 

도덕산 갈림길에서 오룡고개로 하산하는 길

해발 300m 이상의 급경사를 1㎞ 정도 걷다보니 옛말이 생각난다.

경찰은 세서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고 하는데,

낙동정맥길은 오르고내리기를 반복하다 뺑뺑이까지 돌리니 속에는 천불이 난다.

내가 원해서 걷는 길이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하니 자신에게 화를 낸다

 

[17:45, 오룡고개]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진다.

랜턴 없이는 걸어가기 힘들 무렵에 산길 아래로 오룡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집 사람이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는 오룡고개

23㎞의 산행을 시작할 땐 막막하였다

중간 중간 힘이 들어서 속에 불이 여러번 났었다

그래도 시작하고 산기운에 젖어 걷다보니 마지막이다.

이 나이에 세상일이 다 그런 이치겠지하며 헛웃음을 지어본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