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0년 10월 9일(06:20 ~ 17:35)
소요시간 : 11시간 15분
산행 거리 : 27.19㎞(트랭걸 GPS)
함께한 사람 : 박병경, 하진수(2명)
산행 코스 : 경북 청송군 진보면 괴정리 206-3에 소재한 황장재-(3.7km)-대둔산-(4.7km)-두고개-(0.7km)-먹구등-(1.4km)-875봉H-(2.6km)-왕거암-(1.8km)-대관령-(6.0km)-별바위-(3.2km)-피나무재[914번국도](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 산 41-30)
[06:20] 황장재
지지난 구간,
아랫삼승령에서 ok목장까지의 구간을 컨디션 난조로 다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하산하는 바람에 자신감을 잃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오늘 구간은 낙동정맥 종주 구간중에서도 가장 거리가 멀고 힘든 마의 구간이다
처음부터 겁을 먹고 시작하였는데 어두워지기 전,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제는 자신감을 되찾게 된 구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은 아침 찬 공기로 몸과 얼굴이 굳어 있다)
이번 구간은 '주왕산 국립공원'의 출입금지(비탐방구간) 구간이라 그런지
들머리임을 알려주는 시그널이 없다
정상의 여러 봉우리에도 '왕거암' 이라는 정상석외에는 다른 정상석을 볼 수가 없다.
[06:58] 갈평재
아마도 국립공원 관리공단측에서 시그널을 제거하였거나
등산객이 반갑지 않은 송이 채취꾼들이 시그널을 떼어버렸겠지~
비탐구역이라
오래된 표시목과 선답자들이 걸어놓은 푯말 몇개가 낙동정맥 종주길임을 알려주고 있다.
몇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한 끝에 저 멀리 대둔산으로 인식되는 봉우리가 보인다.
파손되어 너덜거리는 표시목
국립공원 주왕산을 이루고 있는 암석은 화산재가 급히 식어 만들어진 응회암으로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1시간 이상을 걸어 올라온 봉우리
산높고 골깊은 이곳에 묘를 쓰고 넓은 묘에 매년 벌초를 하는 후손들이 있기에 보기에 깨끗하다.
[08:00] 주왕산 국립공원 경계지점
국립공원 경계지점이라며 출입금지를 표시한 안내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2009. 3. 1.부터 2017. 2. 28.까지 10년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출입을 하더라도 자연공원법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선답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직원들이 단속을 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위 안내문을 참고하면 단속을 당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지난 여름 두번의 태풍에 쓰러진 나무
저렇게 굵고 튼튼한 나무가 밑둥에서 부러진 것을 보니 태풍의 놀라운 위력이 새삼 실감난다.
출입금지 푯말에서 약 15분쯤 걸어 몇년째 벌초를 하지 않은 무덤 주변에 다다를 무렵
앞서가던 병경형님이 '베낭을 벗고 따라와'라고 한다.
[08:15] 해발 905m의 대둔산
알고 보니 삼거리 길이었고, 오른쪽으로 대둔산 정상이 있다는 것이다.
무덤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약 100m를 오르자 만나게 되는 대둔산 정상
밋밋한 봉우리에 위 표시가 없다면 대둔산 정상임을 알길이 없을 그런 산 봉우리다.
대둔산 정상을 밟고 다시 무덤이 있는 삼거리로 되돌아 나온다.
구절초
음력 9월 9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되기 때문에 구절초란 이름을 붙여졌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음력 9월 9일 채취해 약용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최상이라고 해서 구절초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옛날 옛적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았던 시절
못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가 살았다
착한 며느리가 아침밥을 지으면서 뜸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면서
밥알 두개를 집어 맛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밥맛을 보고있는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가 먼저 밥맛을 본다는 이유로 심한 구박을 했다
시어머니의 학대에 일찍 세상을 뜬 며느리의 무덤가에
빨갛고 이쁜 꽃이 피었고 꽃봉우리 안에는 밥알 같이 흰 알 두개가 들어 있었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며느리밥풀꽃이라 불렀는데, 지난날 고달픈 세상살이를 비유한 꽃말로 보인다.
참나무 숲 밑에는 고사리도 아니고 고비도 아닌 양치식물과
비비추
둥굴레 잎이 깊어가는 가을을 피하지 못하고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이미 온몸으로 가을을 알려주는 애기단풍이 산행길의 피곤을 살짝 잊게 해준다.
열정이라 쓰고 정열이라 읽는다.
그 무렵 사진에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산돼지 새끼 두마리
땅속을 헤집고 장난을 치며 놀다가 우리가 다가가자 놀라 '내 살리라'며 줄행랑을 친다.
[09:33] 두고개(내기사 갈림길)
벌써 두시간 이상을 걸어왔다.
[09:45] 먹구등
선답자들이 먹구등임을 알려주는 푯말을 걸어 놓았기에 이곳이 먹구등임을 알수 있다.
[10:30] 헬기장
헬기장이 있었던 곳
[10:55] 느즈매기재
[11:30] 왕거암 갈림길(삼거리)
왕거암은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약 300m를 가야하는데,
이곳에서도 병경형님이 그냥 베낭을 벗으라고 한다.
[11:35] 해발 907m의 왕거암
낙동정맥 종주길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이때 가보지 않으면 언제 가볼거냐"며,
갔다 온 것은 잘한 일이지만 어쨌든 죽을 맛이다~~~
저멀리 동해바다와 울진 상주간 고속도로가 보인다.
내가 찍었어도 장관이다.
화산재가 식어 만들어진 응회암, 이것도 일명 통천문이라 부른다.
응회암은 3층의 석탑을 쌓고
우주선같은 괴비행체도 있다
[12:30] 제단바위
심신을 수련하는 수련장 겸 제단용의 단도 만들어 놓았다.
제단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가까운 대궐령으로 향한다.
[12:33] 해발 740m의 대궐령
대궐령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갓바위봉우리고
왼쪽으로 영양 풍력발전단지, 오른쪽은 영덕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조망된다.
당겨본 갓바위봉
가을이 산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음을 읽는다
대궐령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ㅋ 음주금지 푯말 앞에서 ~)
밧줄로 막아놓은 것을 넘어 청련사 가는 길로 발길을 옮긴다.
[13:20] 청련사 가는 길 삼거리
조금 가다보니 삼거리가 나오고 청련사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있는데,
직진하지 말고 위 푯말의 방향지시 즉 오른쪽으로 가야한다.
선답자들의 후기를 보면 앞 대궐령에서 또는 이곳 삼거리에서 길을 잘못들어 알바를 많이 한다고 한다.
잠시 편안한 길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괜한 욕심일까?
[13:24] 청련사 가는 길 삼거리
왼쪽은 청련사 직진이 낙동정맥 길이다.
[13:52] 헬기장
[14:15] '숭정대부행동지중추부사청송심공지묘'라는 묘지석과 가신이 지키고 있는 무덤이다.
옛적 청송심씨 집안에서 숭정대부행동지중추부사라는 벼슬을 한 분의 묘지로 보이는데,
이제는 후손이 찾지 않은 폐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일제시대 항공유로 사용하기 위하여 송진을 채취한 흔적, 울진과 영양의 종주길에서 많이 봤다.
[15:50] 별바위봉
밤하늘의 별을 따는 것 다음으로 힘들게 오른다는 주왕산의 별바위 정상,
이곳도 비탐방구역이라 그런지 정상석이나 안내문 하나도 없고, 오직 측량경계석 하나만 달랑 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 아래 펼쳐진 북쪽(오른쪽)의 주왕산과
300년 된 저수지(서쪽) 주산지가 펼쳐진다.
구비구비 골골에 새겨진 이력을 책을 읽듯이 보여진다
주산지는 아침안개가 수양버들을 감쌀 때 사진작가들이 앞다투어
사진을 촬영하는 유명 포인트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로 잘 알려진 저수지이다.
이제는 뒤를 돌아 본다.
저 뒤 큰 산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와 중간에 있는 봉우리를 넘어왔다
그 사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기를 8시간 계속하였으니
참으로 많이도 걸어왔다
내 다리가 많은 고생을 했지만 가슴은 따뜻하다.
[퍼온 사진]
별바위에서 주산지 방향을 바라봤을 때 왼쪽에 있는 저 능선을 따라 걸어가야 피나무재가 나온다.
즉 별바위봉 정상에서 약 10m 가량 돌아나와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16:13] 통천문
별바위봉에서 피나무재 방향 등산로는 절벽을 타고 쭉쭉 미끄러져 내려가는 길로 가파르기 그지 없다.
조금 내려오니 일명 '통천문'이라 부르는 동굴이 나온다.
철모르고 피어난 진달래, 맑고 화사하며 긴 수술이 아름답다
가을을 마무리하는 구절초와
한떨기 패랭이
향기로 발길 이끌고
짙은 보라색 꽃으로 마음을 사로 잡는다는 가는잎 꽃향유
고씨 두형제와 배씨, 기씨 네사람이 산속에서 배가 고파 이름모를 풀을 캐 먹었다
제법 쌉싸름하고 맛이 좋아 동네 사람들에게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풀 이름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고씨 두 사람을 합하여 고둘이라하고, 뒤에 배씨와 기씨를 합하여 고둘배기라 하였다
나중에는 고들배기 이고들배기라고 불렀다는 이고들배기 꽃
한참을 내려와 되돌아 보니 별바위봉의 봉우리가 암석사이로 조망된다.
914번 국도에 있는 피나무재다.
[17:35] 피나무재(914번 국도), 별바위봉을 가는 들머리
11시간에 27㎞의 대장정
아마도 어둠이 짙어져야 하산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의외로 밝은 시간에 산행을 끝 마쳤다.
병경형님은 한 두시간 더 당겨 올 수 있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풍만하고,
난 지난 구간, 구겨진 자신감을 만회한 자존감을 되찾았다
마음은 풍만하고 기분은 산뜻하여
산행에 최적의 계절 가을에
근육을 올리고 탄력 붙었을 때 뛰어보자 라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
미주구리회무침과 꼬막무침에 소주까지 곁들이니 천하가 내 것이로다~
10월의 산은 낙엽이 쌓이고 단풍이 절정이다
찬바람이 볼에 스치는 기분좋은 산행에서
자신감도 얻었다
이 다음 구간에 어떤 악재가 있다하여도 거뜬히 이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