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낙동정맥 2구간=태현사-벽병산-구랄산-면산-석개재(2020. 4. 4)

하진수 하진수 2020. 3. 15. 15:55

일시 : 2020년 4 4일(07:10 ~ 17:10)

소요시간 : 10시간 산행 거리 : 21.9

함께한 사람 :  박병경, 정삼현, 전승훈, 하진수  등 4명

산행 코스 : 강원 태백시 문의재로 14-19에 소재한 태현사 - 면안등재 - 고비덕재(헬기장) - 백병산삼거리 -

                백병산 - 백병산삼거리 - 휴양림삼거리 - 토산령 - 구랄산 - 면산(삼방산삼거리) - 1,009.3m

                 봉우 - 석개재(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산128-62)

 

울산 옥동에서 새벽 3시 30분에 4사람이 출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아침 6시 50분에 도착한 태현사

태현사 못 미친 통리장 옆 팔각정에서 병경형님이 끓여온 김치찌개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태현사를 뒤돌아 산행을 시작한다[07시 10분].

 

뒤를 돌아보니 지난 1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우보산이 아침 햇살을 가득히 받으며 반기고 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태현사를 기점으로 출발을 하기에 우리팀도 태현사 뒷길을 따라 올라간다.

그런데, 잣나무 단지의 간벌과 잡목 벌목으로 등산로가 막혀 있어 

비탈진 능선길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힘겹게 한참을 올라가서야 주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 개발로 인해 태현사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폐쇄하고,

통리재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를 새로 조성해 놓은것 같다.

 

편안한 능선길

울산 시내는 4월 꽃들이 피었다가 지고 있는데

해발 1,000m 높이의 능선길은 잔설과 서릿발이 아직도 남아 있다.

 

[7시 48분]

 

서릿발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앙증맞게 올라오는 둥근털제비꽃

 

흰노루귀도 질새라 꽃잎부터 귀한 모습을 보여준다.

 

산소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가쁜 호흡으로 힘들게 올라온 전승훈

저 뒤에 쪼그리고 앉아 이 봉우리를 토할산이라고 부르자고 한다(켁켁거리며 토했다고~~).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바위

 

그 모습을 빠짐없이 눈에 가득 담는다.

 

면안등재

 

[09시 10분]

헬기장이 있는 고비덕재이다.

고비(고사리)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 해서 고비덕재라 부르는 재로

옛날 태백 사람들이 동해안에서 나는 소금을 비롯해

각종 해산물을 물물교환하기 위해 넘나들던 주요 교통로였다.

 

발걸음이 빠른 두분은 먼저와서 의자에 앉아 쉬는 호사로움을 누리고 있다.

 

'똥벼락'이라 명명된 시그널도 보인다.  왜 하필이면 똥벼락이야,

돈을 많이 번다, 많이 벌어야 된다는 뜻일까(???)

 

백병산 삼거리 직전

지금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왔기에 크게 힘듬을 느끼지 않았다

 

편안함에 주변의 전경과 5월에 연분홍 철쭉으로 가득 채워질 산정원을 연상해 본다.

 

백병산 삼거리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는 백병산 정상, 왼쪽이 면산 방향의 낙동정맥 길이다.

 

삼거리에서 400m 떨어진 곳에 있는 백병산 정상을 그냥 지나치면 아니된다는 말에 백병산으로 향한다

 

해발 1,259.3m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정상석을 꽉 끌어안는 감격을 맛본다.


낙동정맥 종주길에서 만나는 산 중에 가장 높다는 백병산

 

이곳을 거쳐 통고산, 가지산 등 영산을 밟고, 부산 몰운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서(상기된 세분의 얼굴이 보기 좋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부쳤다는 병경표 굴전과 함께 잠시 목을 축인다.

 

묘하게 뒤틀린 참나무가 숲을 이룬 능선길

 

늘씬하게 잘 자란 원색이 뚜렷한 홍송은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어디서 이런 호사로움을 맛볼 수 있으랴....

 

산림청에서는 지나는 곳곳 안내문을 세워 놓았다

 

선답자들은 뒤따라오는 산꾼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시그널로 길안내를 함에 감사해 하면서

편안한 길 마음껏 걷고 있다. 

 

부산에서 온 부부 1쌍

낙동정맥 종주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날 매봉산을 출발하여 백병산 입구 민박집에서 1박을 하고,

이틀째 산행중이라 한다.

 

 이틀동안 처음으로 사람을 봤다며 반가워 하면서 계란, 오징어, 빵 등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어주고

토산령으로 내려 갔다.

 

봄의 전령사라 일컫는 생강나무꽃, 가을철에는 노란 단풍으로 전국의 산을 물들인다.

 

남쪽에는 생강나무꽃만 아니라 진달래와 개나리도 지고 철쭉이 피려고 하는데

이곳 태백준령은 이제 봄의 전령사를 맞이한다.

 

옛날 토끼들이 많이 살았다해서 붙여진 이름 토산령

 

지나온 모든 고갯길이 서쪽 태백시 쪽으로는 완만하지만 동쪽 삼척시 쪽으로는 급경사다.

전형적인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옛날 소금, 생선 따위를 지고 이고 삼척 쪽에서 올라오며

땀과 눈물을 흘렸을 선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해발 950m의 낙동정맥 토산령

 

부산에서 온 두분은 이곳 토산령에서 삼척방향으로 하산하였다


이제 면산까지 3㎞ 남았다.

 

[13시 07분]

면산을 가기전 올라야만 하는 구랄산

발바닥과 종아리, 허벅지에 젖산이 차였는지 구랄산 오르는 계단 하나하나가 힘들다.

구랄산인지 지랄산인지 남자의 그 것, 불알같이 생긴 봉우리가 두개라서 불알산으로 부르다가

직설적인 표현이 뭣해서 구랄로 바뀌었는지,

구라가 심해 힘든 산인지 중얼거리며 구랄산을 힘겹게 올랐다.

 

가곡 자연휴양림이 바라 보이는 계곡 사이의 생강나무꽃과

 

흰노루귀

 

색깔이 선명한 노랑 제비꽃

 

가운데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받침으로 금괭이 눈이다.

금괭이눈의 예쁨입에 걸음이 저절로 멈춰진다

 

이녀석은 너도바람꽃일거야

 

아니면 홀아비 바람꽃일까(???)

 

[15시 10분]

8시간을 걸어 도착한 면산이다.

삼척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저 멀리 보인다는 뜻에서 먼산으로 부르다가

면산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 면산,

또는 정상이 두리뭉실하다고 하여 두리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면산 정상에는

삼척과 태백, 봉화로 내려가는 세갈래 길이 있어 '삼방산 삼거리'라고 부르고~~

 

 

8시간째 오르막 내리막을 올랐다 내렸다를 계속하였으니

종아리와 무릎은 아프다는 신호를,

몸에는 에너지가 고갈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포카리스웨트와 짭짤이토마토로 약간의 에너지를 보충한다.

 

이제는 하산길이다.

하산길이라 하지만 대간이나 정맥의 하산길은 그냥 하산길이 아니다.

좀 내려가다 올라가고 올라갔다 싶으면 또 내려가고 올라가기를 수십회 반복하여야 되는데,

이때가 종주길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으로 말없는 고통이 따른다.

 

큰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진 숲,

어렸을 적 배웠던 울울창창[蒼]이라는 말의 뜻을 되새기면서

산죽 사잇길을 걷는 재미도 느끼고,

 

가지가 휘휘 늘어진 소나무, 낙락장송[落長松]이라는 말도 떠오를 만한 멋진 소나무숲이 나타난다

힘듬 속에서도 울울창창, 낙락장송을 끊임없이 즐길 수 있었으니

힘든 다리를 대신한 눈은 호사를 누린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힘든 산행을 풀어갈 방법으로 나 자신 스스로 천천히 가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천천히,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 나가면 결코 이루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인데,

힘들수록 천천히 천천히~


 

처음 시작할때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고, 내 페이스에 맞추어 한발한발 나아가면

힘든 여정도 어느새 추억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가곡 자연휴양림'과 '휴양관'이 있는 계곡이 저 아래 내려다 보인다.

 

이때쯤 전화가 온다. 전승훈이다. "어디쯤 오느냐"고,

횟수를 거듭 할수록 건강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쳐 회춘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는 자형이 먼저 도착하여 차에 있는 막걸리를 짊어지고 마중을 가겠단다이에 장난기가 발동한다."아냐, 난 지금 체력이 다하여 더 이상 걷지를 못하고  쓰러져 119 소방헬기를 불려 놨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병경형님이 옆에 있고, 옷을 벗어 나를 입혀주어 체온은 유지되고 있으니, 더 악화는 되지 않는다.  곧 헬기가 올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ㅋㅋㅋ)

 

[저 멀리 석개재가 있는 도로가 보인다.]

그 말을 전해들은 자형과 아내는 헬기가 사람을 싣고 삼척으로 갈까 아니면 태백으로 갈까

 어느병원으로 가야하는 걸까, 소방헬기가 오면 구급차도 이곳 석개재로 올 것인데,

우리는 어디로 가야된다 말이가 애를 태우고 있었다네~

 

 

착하디 착한 전승훈 덕분에

뒤 하산주의 안주는 더 풍족해졌으리라는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만 할 것이다.

 

낙동정맥 2구간의 끝자락인 석개재 날머리이다.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갔어야 할 사람이

 

이곳 날머리 계단에 우뚝 나타나 아래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하여 사람을 놀라게 할 수 있느냐는

원성과 안도감에 석개재가 한바탕 떠들석하다.

 

오른쪽으로는 봉화

왼쪽으로는 삼척을 가는 도로의 사이에 있는 석개재

 

 

 

 

다음 3구간이 기다려지는 3구간 등산로 들머리이다.

 

울울창창, 낙락장송이라는 옛적 말이

머리속을 맴돌게 하는 낙동정맥 종주길

한반도의 동쪽과 서쪽 경계가 분명하게 갈라지는 능선의

한 구비를 휘몰아친 10시간의 여정

코로나19로 인한 역사의 소용돌이와

21대 총선을 뒤로 하며 힘들게 산에 올랐다

하지만 되돌려 받은 혜택이 너무나 큰 것을 알기에

오늘도 산을 오르고 힘듬이 있기에 

하산주는 그 빛을 더 발하는가 보다.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초 종주길에서

귀한 꽃들의 모습도 보았다

꽃처럼 함께한 이들과 나의 건강도 활짝 피어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