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여름날
툇마루에 걸터앉아 있노라면
처마끝에 떨어지는 빗물에 젖는
감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던
유년이 되살아온다.
흰우산을 받고 산으로 가면
꽃이피고 지는청춘이
빗속으로 늙어가는 발자국이
점점 굵어지는 빗소리에 떠나가네
지금쯤 내고향 골목에도
물장구치던 동무들이 하마 웃을까
정자나무 밑으로 비를 피할까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가깝다
익숙한 길에 몸을 낮춘 도반들과 마주친다
비는 그쳐가고 고향집 툇마루도 멀어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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