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0년 5월 2일(07:40 ~ 17:50)
소요시간 : 9시간 10분
산행 거리 : 22.0㎞
함께한 사람 : 박병경, 정삼현, 하진수 등 3명
산행 코스 :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31소재 대석마을 주차장 - 원효암 - 원효암삼거리 - 방화선 삼거리 -
캠프장 사거리 - 군자산(운봉산) - 누리길(운봉산)3 - 상동체육공원 - 사베이산 - 녹동육교 -
부산종합 버스터미널
지난 구간에 이어 이번 구간도 전승훈 대원이 빠진 3명이 낙동정맥 21구간의 등정에 나선다.
전승훈은 회사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로 인해 비상대기를 한단다
전승훈이 빠지는 바람에 3명이 등산을 하기로 하되
다음에 전승훈이 땜빵 산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울산 부근에 있는 구간을 지난번에 이어 진행한다
연녹색의 푸르름이 짙어져 가는 5월 초
맑은 계곡과 숲, 귀저기는 새소리가 들려오는 곳
흥룡사 조금 못미친 대석마을 주차장에서 오른쪽의 편백나무군락지 계곡을 지나고
원효암 주차장까지, 즉 낙동정맥의 접속로를 다 함께 걷는다.
푸르디푸른 맑은 햇살이 가득한 길을 조금 지나자
50㏊에 10만 여 그루가 심어져 있는 편백나무 군락지에 들어선다.
피톤치드를 잔뜩 내뿜고 있는 편백나무들
등산로 왼쪽의 편백나무와 오른쪽 신갈나무 숲,
그 사이 사이 스며드는 싱그러운 아침햇살의 정기를 가득 받는다.
미나리 냉이
너도바람꽃은 꽃을 떨군지가 꽤 오래된듯 하다.
분홍철쭉
화사한 철쭉이 있어 힘이든지도 모르고 원효암까지 올라왔다.
[09:20, 원효봉 주차장]
대석마을 주차장까지 우리를 태워준 아내도 원효암까지 등산을 하고 가라는
일행들의 말에 함께 걷다보니 이곳 주차장까지 왔다.
이곳에서 산나물로 만든 산나물전과 가지포도를 안주로 막걸리 한잔씩을 마신다
아내는 왔던 길을 되돌아 가고
우리는 주차장 옆 등산로를 따라 낙동정맥의 등산로로 들어선다.
사실 이곳 원효암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올 수 있었지만
오늘 산행은 크게 먼 거리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석마을 주차장에서
이곳 원효암 주차장까지 약 3㎞의 오르막길을 걸어온 것이다.
각시붓꽃
이 계절엔 어딜가나 볼 수 있는 각시붓꽃이다.
이미 다 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병꽃은 꽃잎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오전의 햇살을 받은 산 철쭉은 선명한 색을 자랑한다
지나는 산객들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듯 하늘거리는 꽃들의 안부를 듣는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철쭉의 봉우리길(원득봉)을 따라 걷다보니
세상 사는 것이 참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말해주는 노송이 길 한켠을 지키고 있다.
떨어진 철쭉꽃잎을 가만히 즈려밟고~
걸을수록 평온한,
사람의 마음을 가라 앉히는 힘이 있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옛날 원효봉 정상에는 공군의 레이드 기지가 있었다.
레이드기지에 무장공비 등 적군의 침투를 방지하기 위해 지뢰를 매설해 놓았었다
[고비나물]
지금은 과학과 위성의 발달로 레이드 기지가 필요 없어져 철수를 하였다
그때 설치해 놓은 지뢰를 철거하였지만 미처 다 철거하지 못한 지뢰가 있을 것을 염려하여
철조망을 처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고비나물이다.
산기슭에 주로 분포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고사리와 비슷하다
나물 또는 국을 끓여 먹는 나물로서 고사리보다 고비를 더 알아준다는 귀한 식재료이다.
손발이 빠른 병경형님이 고비를 금방 알아보고 이내 한움큼 뜯고,
지나는 곳곳에서 고사리와 취나물 등 나물을 한 보따리 뜯었으니 나물산행이라 명명하여도 괜찮을 것 같다.
[4월 25일, 지리산 바래봉에서 찰영]
얼레지,
바람난 여인, 질투를 꽃말로 하는 얼레지다.
꽃을 피우고난 후 자손을 퍼뜨리기 위하여 씨방을 만들고 있음이니라.
은방울꽃도 곧 꽃을 피우려고 앙증맞은 봉우리를 내밀며
둥굴레도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방화선 삼거리 부근에 들어섰다
지도에서 본 방화선의 촘촘함에 비해 수월하게 느껴지는 산행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약 200m 정도를 깎아내리는 절벽같은 구간이 나온다.
스틱의 길이를 늘이고, 천천히, 한발 한발 조심조심해서 내딛지 않으면 처 박히기 딱 알맞은 구간이다.
[12:00] 캠프장 사거리
캠프장 사거리 옆의 고목
깎아지른 듯한 길을 되돌아본다.
가운데, 패인듯한 부분이 등산로인데,
일직선으로 45도 이상의 경사로를 200m가량 내려왔다.
덜꿩나무 꽃
땅비싸리
땅비싸리가 키를 잔뜩 낮추어 붉은 꽃을 피운다.
금난초
노랑의 원색에 자꾸만 셔트가 눌러진다.
금난초
이쁘기 그지없다.
이것은 흰색이라 은난초라 한다.
은난초
쥐오줌풀
[12:30]
소나무 그늘에서 맑은 새소리와 봄향기를 반찬으로 점심식사를 즐긴다
[13;50, 운봉산(군지산)]
다음 지도에는 군지산으로 표기된 운봉산에 올랐다.
이쯤 왔으니 이제 남은 거리는 얼마되지 않는데다 걷기 편한 길이다.
걷기 편한 길이라는 생각에 몸이 가벼워지고 즐거움은 배가되는 기분이다
그런 예상과는 달리 오르내림은 심하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니 발바닥은 불이나고 하체는 젖산이 가득 찼는지 피로가 엄습해 온다.
[14:10, 운봉고개(하늘농장 사거리)]
크고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의 숲길이 계속되는 운봉산 누리길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지만 6시간 이상 걸어온 터라 발바닥은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여기 저기 제멋대로 꽃을 메다는 때죽나무,
곧 꽃 봉우리를 피우겠다.
[14:40]
운봉산 누리길3
잣나무를 조림한 산길을 지나고
완전히 녹음으로 우거지기 직전의 연초록길이 마음을 평온히, 괜히 무언가 들뜨게 한다.
마로니에, 서양칠엽수라고도 한다.
원산지는 유럽 남부로서
세계 4대가로수 종의 하나이다
수형이 웅장하고 잎이 좋아 가로수 ·공원수 ·장식수 ·녹음수로서 세계 각지에서 식재되고 있다
동면에 있는 상동체육공원으로 가기직전의 고갯길,
이곳에서 남아 있는 막걸리 한잔씩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지난번 22구간을 할 때 시작점인 동면 상동체육공원이다.
당시 체육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녹동마을 지경고개까지 걸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으로 '체육공원 뒤의 사베이산을 넘어 녹동마을까지 가야 된다
사나이 대장부들이 샛길을 걸었으니 취소하고 이번에는 주된 능선길로 한번 더 가야 된단다'.
참으로 대단하다.
하여 오르게 된 사베이산
산 정상부근에 언제인지 설치하였던 산불감시 초소는관리되지 않고, 낡고 오래되어 철구조물만 남아 있다.
[16:50]
사베이산
정상석은 없고 '희,준'이라는 분의 표지기가 소나무가지에 메달려 있다.
부산에 있는최남준이라는 분이 메단 표지기로 대간, 정맥, 기맥, 지맥을 완주하였으며,
자신의 이름에서 '준'자를 따고,
고인이 된 아내의 이름에서 '희'자를 따서 표지기를 만들어 길찾기 어려운 곳곳에 메달아 놓은 것으로
생전에 아내와 함께 했던 산행을 추억하기 위한 표지기가 이곳 정맥에서 등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1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사베이산의 정상
'양산 사송 주택단지' 조성구역을 조망하고
지나온 군지산(운봉산)자락과 그 뒤 희미하게 보이는 원효봉
참 많이도 걸어왔다. 처음 시작한 산봉우리가 시야에서 멀어져 희미하게 마루름만 보일 정도이니까.....
지난 22구간 첫봉우리인 계명봉, 가운데 뒤 뽀쪽한 것이 금정산 고당봉, 오른쪽이 갑오봉과 장군봉이다.
송화
사베이산의 끝자락
앞에 보이는 도로가 경부고속도로, 그 위에 보이는 육교가 녹동육교이다.
저 녹동육교를 넘어 가야되는데, 육교가 있는 것을 모르는 대부분의 정맥군들이
사베이산을 넘지 못하고 동면 상동체육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녹동마을까지 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하였기에 이번에 다시 지나오게 된 것이다.
사베이산의 왼쪽 산허리에 있는 부산CC
[17:10]
이렇게 하여 오늘 21구간을 무사히 마쳤다
[17:50]
그런데, 그 후에도
녹동마을에서 이곳 부산에 있는 금정구 노포동의 부산 종합버스터미널까지 40분을 더 걸어 왔으니
발바닥과 무릎 관절은 아파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쉬지 않을거면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넣어주지라고 몸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18:50]
짧고 편안한 길로 생각했던 길,
그러나 긴 시간,
사지를 다 사용하여 온몸을 밀어올리고
45도 이상의 급 내리막길, 급 브레이크를 잡으며,
산능선을 끼고 휘돌기를 반복하다보니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이 된 것이다.
연초록으로 오시는 초여름 양탄자 숲과
희고 붉은 색색의 꽃들과 귀한 산나물의 채취까지
힘든 여정임에도 가벼운 마음이라 힐링이 되었다.
갈증과 배고픔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더 없이 그리워지는 시각
울산 남구 무거동에 있는 '흑산도홍어'집에서 맥주와 막걸리로
5월의 첫 산행을 마무리한다.
네사람이 약속했던 산행이 우여곡절끝에 셋만의 길이되었다
삶에있어 3분의 2 이상을 살아냈으니
새로운 계절도 넉넉한 마음으로 잘 살아지길 소원한다.
산에오면누구라도 철학자가 되는 감성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