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어쩌다 주말농부(2022. 4. 22. ~ 24.)

하진수 하진수 2022. 4. 25. 13:26

 

 

농촌에서 태어난 나

어릴적에 부모님이 농삿일을 거들어 달라고 하면 

"공부한다, 숙제해야 된다"라는 핑계로 요리조리 빠져 나갔

어느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시골집에 가보니

휑한 집에 꽃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자연이 있음을 느낀다

나이가 가르쳐주는 나의 정체성이 여기에 있다는걸 깨닫고, 

 

 

울산에서 함양까지 220㎞라는 먼길을  달려 어쩌다 농삿일을 하고 있는 나

지난 4월 8일에 핀 꽃을 보았다

 

시골집에 못가는 날에는(4월 13일)

cctv 영상으로 만개한 체리꽃을 보기도 한다

 

금요일 오전,

사무실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달려 간 집에는 매실과 체리, 자두, 살구, 앵두, 모과꽃은 다 지고 보이지 않는다

 

반면,

연초록의 새싹들과

연분홍 사과꽃, 붉은 영산홍이 집안을 환히 비추고 있다.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신 반주에 취해 현관 앞에 어두커니 앉아 봄밤을 바라본다

 

마을 중간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 불빛과 고요한 밤기운에 젖어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불빛에 놀란 거미와

 

방앗잎도 어둠을 배경으로 담아본다

 

부지갱이 나물

 

취나물

 

석류나무 꽃봉오리

 

목단꽃

 

다래나무의 새순이 어둠속에 더 돋보여 보인다

 

꽃잎이 벗겨지자 콩알같은 체리가 세상을 나오는데,

 

이상 기온 탓인지 쌍자과가 유난히 많은 것 같다.

 

 

뒷밭에서 채취한 가죽순

 

가죽순을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약간 말린 후

고추장 등 양념을 넣어 장아찌를 담으니 가죽의 특이한 향이 살아난다

 

가시오가피의 새순도 채취하여 새콤 달콤, 아삭한 맛의 장아찌를 담근다.

 

정구지 무침

내가 농사를 지어 이런 음식들의 맛을 즐길 줄이야 뉘가 알겠나

 

뒷골 밭에서 채취한 고사리

명절 차례상이나 부모님 기일에 사용할 생각으로 데쳐 말렸다.

 

앞 말 당숙모님이 앞밭과 옆밭에 마늘과 대파 등을 기르는 텃밭으로 사용하고 계시는데

지금은 연로하여 텃밭도 못하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앞 집의 형수님은 당숙모님들이 아직 계셔서

당숙모님들 놔두고 내가 텃밭을 할 수 있느냐며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기에 우선 잡초라도 자라지 못하도록 부직포를 씌웠다

 

옆에 있는 대파밭에도 대파를 뽑아낸 곳에 부직포를 덮었다

처마밑 오이와 호박 모종을 이식한 후 덩쿨이 타고 올라갈  지줏대를 설치했다

 

청양고추 4포기를 구입하여 두 포기는 그전 매실나무가 있던 곳에 심고

 

두 포기는 마당에 심었다.

 

오이고추 5포기

방울토마토 3포기, 가지 3포기를 마당에 심었다(앞집 형수님이 심어보라고 줌).

 

이번 주말에는 많은 일을 했다

뒷골 밭 부모님의 산소 앞에 넓게 자라는 산딸나무를 예초기로 베어내고

할아버지 산소에도 들렸다

가뭄이 심한것 같아 나무들 마다 물을 잔뜩 주었다.

집 경계 가장자리에는 제초제를 뿌리고, 빈 땅에는 부직포를 씌웠다

성장하는 나무의 수형을 잡고

싱싱한 채소를 제 때에 즐길수 있도록 모종을 이식하였다

살균제와 살충제, 옆면시비용 영양제를 혼합하여 작물들에게 푸짐히 뿌렸다

또 친구 종희와 병춘, 성수를 만났으며

딸기와 꽈베기를 시장에서 구입해 이웃집 아주머니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드렸다

 

주말농장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부터 저녁 어둠살이 내려올 때까지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고, 호미와 괭이로 풀을 메는등 노동을 하니

온몸이 아프지만 기분은 어느 때보다 더 개운하고 뿌듯하다 

샤워후 울산으로 돌아오는 귀갓길은 숙제를 다하고 등교하는 학생의 

뭐~ 그런 가뿐한 기분이 아닐까 싶다

소리없이 다가왔던 봄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꽃이 있어 좋은 봄밤의 낭만을 즐긴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