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9년 10월 19일(08:20 ~ 17:40, 9시간 20분)
산행 코스 :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소재 내원사 주차장 -(1.0㎞)- 공룡능선 들머리 -(3.3㎞)-
정상 -(0.9㎞)- 천성산 2봉( 비로봉) -(3.1㎞)- 은수고개(철쭉재단까지 알바함) -(1.5㎞)-
천성산 2봉(원효봉) -(1.9㎞)- 화엄늪 표시 삼거리 -(4.1㎞)- 용주사(양산시 상북면 석계리)
누구랑 : 자형과 나( 2명)
산행 거리 : 15.8㎞
지난 주 토요일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양산 천성산 '천성공룡'도 등산하자며 약속을 하였다.
내친김에 다음주로 잡고 연락을 했더니
박서방과 고서방은 각 다른 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한다는 연락이 있었다.
그리하여
자형과 둘이서 아침 8시 20분에 내원사 입구 매표소 옆에서 산행을 시작한다(상봉이가 태워줌).
{입장료 1인 2,000원(65세 이상 무료, 하북면 거주자 50% 할인), 차량 1대당 2,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주차장을 기점으로 위쪽은 상리천,
아래쪽 내연사 계곡물이 합류한 곳부터 용연천이라 부른다.
전날, 가을비 치고는 상당히 많은 31㎜ 이상의 비가 내려 계곡물이 한층더 깨끗해졌다
상쾌한 아침공기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약 1㎞를 걷다보면 나오는 다리
다리를 지나 왼쪽은 노전암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계곡길로서 짚북재로 가는 길이다
가운데 너덜길이 오늘 걷게 될 공룡능선 등산로이다.
오른쪽의 짚북재로 가는 등산로
왼쪽으로는 노전암과 대성암, 안적암 쪽으로 가는 길이다.
공룡능선 들머리가 전날 내린 비로 움푹파여
길은 없어지고 돌과 바위만 가득하다.
이정표도 없어져서 처음오는 산객들은 공룡능선 들머리임을 알수가 없겠다.
암벽 사이 참나무와 어우러진 소나무 고목이 고풍스런 운치를 더해주는 길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은 초보(시답잖은) 등산객의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있다.
들머리에서 불과 100m정도 올랐음에도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다
알알이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위험한 암벽을 타고 넘는다.
자형은 잘도 올라가신다.
처남 덕분에 43,000원이나 싸게 구입하였다는 캠프라인 새 등산화를 신고
날 듯이 올라간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힘들고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지
10 년전 두어번 산행 때는 그다지 무섭지 않았는데,
이것도 나이인가?
아니면 운동부족?
암튼 운동을 더 열심히 해서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힘들지만 하늘을 올려다보고 산세도 둘러본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오늘 넘어야 할 13개 봉우리 중에서 첫번째의 봉우리를 넘은 것 같다.
김홍도의 산수화 배경이 된 구담봉과 옥순봉의 기암절벽보다 더 멋진 능선을 지나고 있다.
청태(산이끼)가 은은하게 낀 소나무 고목의 자태를 보면서
가쁜 숨을 내쉬다보니 두번째 봉우리도 넘었다.
다시 나타나는 암벽구간
산에 오른 자만이 조망 해 볼 수 있는 비경이 눈앞에 있다
탁 트인 하늘과 실루엣 능선, 포근한 숲이 가슴 한가득 들어온다.
암벽 사이에 살포시 피어난 달래꽃
또 하나의 능선을 넘고
맑고 깨끗한 구철초를 바라보며 또 하나의 능선을 넘는다
또 한 능선을 넘으니
어느듯 짚북재에 도착하였다.
11시 30분,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10분이 지났다.
짚북재
짚북재 사거리
직진하면 정상과 천성산 2봉이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성불암이 나오는 계곡,
왼쪽으로는 안적암과 영산대학교가 나오는 길이다.
천성공룡과 중앙능선이 만나는 삼거리
이정표는 이곳을 정상이라고 한다
주차장 매표소에서 이곳까지의 거리가 4.2㎞로 표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천성산 2봉까지는 09㎞를 더 가야 된다.
12시 10분,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다시 출발~~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니 천성상 정상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그 뒤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
오후 1시 16분
주상절리 같은 바위 위에
우뚝 세워져 있는 천성산 2봉(비로봉)
이곳을 오르기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올라 왔는지
자형도 나자신도 대견해진다.
40여년 교직에 몸담다 퇴직하여 조금은 여유로워진 자형
천천히 걷는 내 걸음에 맞추어 또 심심치 않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시어 힘들지 않게 따라왔다.
오른쪽의 내원사 계곡과 그 사이 내원사
설악산은 만산홍엽(滿山紅葉) 단풍을 구경하기 위하여
등산객이 수없이 몰렸다고 한다
이곳 천성산은 정상 주변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정도이다.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산 1봉(원효봉),
그 앞과 오른쪽이 화엄벌 억새밭이다
자형은 저 원효봉과 화엄벌을 지나 용주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자는 제안을 하신다.
그래 가보는 거야~
내일은 일요일이고 남는게 시간인데
늦게 하산하면 어떻고, 힘들면 어때?
힘들면 쉬엄쉬엄 걸어가면 되지
에라 모르겠다.
갑시다 가봅시다, 까짓거~~
천성산 2봉과 미타암뒤 철쭉재 제단이 있는 중간 쯤
천성산 1봉를 가는 은수고개가 있다
그런데 나의 잘못된 상식으로 그냥 지나쳐 와, 약 1㎞가량 알바를 하였다.
은수고개
여기서 천성산 1봉까지는 1.1㎞
천성산 1봉이 가까워오자 가을 햇살을 가득 머금은 억새가 하얗게 피었다
능선과 하늘거리는 억새는 흰구름과 어울려 천상의 조화를 이룬다.
화엄벌에는 철모르는 철쭉이 꽃을 피우고
꽃향유
용당
이고들베기
구절초, 엉겅퀴, 개망초, 물봉선 등 가을꽃들이 앞다투어 향기를 발하고 있다.
참 많이도 걸어왔다.
저 멀리 뽀쪽한 바위 봉우리가 천성산 2봉이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천성선 1봉
그 옛날 공군부대가 있던곳
부대 주변에 지뢰를 메설해 놓아 위험한 지역으로 철조망을 설치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공군부대가 철수하였다
화엄벌 안의 늪지를 살리고 보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원효봉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길
바위와 바위 사이 솜사탕같은 뭉개구름이 하늘을 떠 다니고 있는 여유로운 가을 하늘이다.
오후 3시 10분
천성산 1봉(원효봉)이다.
충주에 사는, 천성산이 좋아 네번째 찾는다는 부부가
인증샷을 찍어준다
갈빛으로 물들어가는
저 화엄벌을 지나서 오른쪽에 있는 능선을 따라 용주사로 갈 것이다.
올해 유난히 잦았던 태풍, 가을 태풍의 영향으로
억새들은 꺾이고 베어져 볼품이 없으나 그래도 갈빛 억새길 사이의 발길은 즐겁기만 하다.
쑥부쟁이
소담한 쑥부쟁이 사이로 벌들이 앉았다가 들이미는 휴대폰에 놀라 날아간다.
화엄늪,
직진하면 용주사 방향
왼쪽으로는 홍룡사 방향이다.
뒤돌아 보니 지나온 천성산 1봉(원효봉)이 저멀리 떨어져 있고,
처음 올랐던 천성산 2봉(비로봉)
중간에 바위 암벽이 있는 능선이 천성공룡이다.
참으로 많이 걸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는 아무 생각없이 하루에도 몇개의 봉우리를 넘었는데,
최근 근교산행을 할 때는 한개의 봉우리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이 고작이다.
자형이 지인분들과 함께 휴식을 취한다는 소나무 밑
그곳에서 남은 막걸리 반병과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일어서서 하산하니 이제야 주변이 보이는 것 같다.
괴이하게 생긴 소나무 의자도
한적한 오솔길 같은 산책로도
임도를 지나간다
사유지 임야에 돌탑을 쌓아놓은 곳을 구경하니
여유롭고 이것 저것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오늘의 목적지 용주사
오후 5시 40분이다.
9시간 20분을 거의 쉬지 않고 걸었으니 내 다리가 고생이다.
더 이상 걷지 못하겠다는 나의 어깃장에 집사람이 차를 가지고 왔다.
자형의 지인이 추천한 '언양생고기'집(양산시 상북면 석계리)
맛있는 양념갈비
자형이 식대를 계산하겠다며 자꾸 먹으라는 말에 자형도 나도 엄청 취하여
산행의 즐거움과
현시국에 대한 이야기로 밤은 깊어간다.
오늘은 자형과 나누었던 현시국의 일부를 동아일보의 칼럼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법에 정의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위에서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된 이유가, 그런 정의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의 영혼이 실종된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두 달여 동안 나라를 뒤집어 놓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검찰이란 공무원 조직의 영혼을 탈탈 털어버리려는 권력의 기도(企圖)를. 그 권력에 굴종하는 순간, 영혼이 증발하는 건 시간문제다. 검찰이나 되니까 그 정도 버텼지, 일반 공무원 같으면 권력의 바람이 불기 전에 풀잎처럼 눕는다. 그 선연(鮮然)한 실례를 우리는 문재인 정권 초반 적폐청산의 광풍(狂風)에서 봤다. 공무원의 영혼 없음을 개탄하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을 양산한 것이 누군가.문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서 정의나 가치가 실종됐음을 안타깝게 여겼다면 애초부터 정의나 가치와는 담을 쌓은 사람을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법무부) 장관’ 자리에 기어코 앉히려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정의와 가치 기준이 흔들리자 아직도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이 생전 나와 보지 않던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만대장경’이란 말이 있듯, 문 대통령도 대선 기간이나 취임사에서 쏟아낸 ‘공약(空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선거운동 때인 2017년 2월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서는 “(대통령이 된 뒤) 만약 문재인 하야 시위가 일어난다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겠다. 끝장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하야’ 소리가 광장을 쩌렁쩌렁 울린 광화문 시위 때 그렇게 했던가. 애당초 지키기 어려운 약속임을 알지만, 적어도 그런 말을 했다면 광장에는 못 나와도 언론 등을 통해서라도 설득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 대신 문 대통령은 이 말만은 분명히 지켰다. 대담집에서 “저하고 생각이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정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단언한 대로 민심의 소리에 철저한 외면으로 일관했다. 그건 자랑할 성품도 아니고, 대통령이 돼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비정상과 비상식을 정상과 상식으로 돌려놓으라는 국민 다수의 목소리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여기는지. 특정 세력이 아니라 절반이 넘는 국민과 소통의 문을 잠그려는 대통령의 미래…. 생각만 해도 아슬아슬하다.
문 대통령은 같은 책에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국민 편 가르기였다”고도 했다. 집권 2년 반을 돌아보면 기막힐 지경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국민들이 이렇게 홍해 갈라지듯 좍 갈라져 심리적 내전(內戰) 상황까지 치달은 적이 있었나. 조국 사태건, 뭐건 내 탓보다는 남 탓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문재인식 통치 방식’은 특히, 권력의 악력(握力)이 약해지는 집권 후반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거센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문 대통령 집권 이후 돌이켜보고 싶지도 않은 복수혈전에 나라 전체가 빠져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광화문과 서초동의 시위는 잦아들겠지만 마음속의 광화문, 가슴속의 서초동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깊은 상흔(傷痕)을 남길 것이다. 가까웠던 사람들끼리 말을 꺼리고, 얼굴을 붉히며, 끝내 건널 수 없는 골을 파는 것이 문재인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인가. 극성 친문(親文)들에게 ‘좌표’라도 찍힐까 봐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는 ‘심리적 독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단한 세상이다.
수의(囚衣)를 입은 두 명의 대통령에 이어 현직 대통령마저 외곬으로 치닫고 있으니, 참 대통령 복은 없는 국민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아직 남은 시간이 더 긴 만큼 문 대통령이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어쩐지 희망고문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대통령이 안 바뀌면 국민이라도 바뀌어야 한다. 차가운 머리로 5년 정권이 엇나가지 않도록 감시하되, 따뜻한 가슴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적대하지 않으며, 뜨거운 심장으로 필요할 땐 행동에 나서는 국민으로. 그래야 이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앉으나 서나 둘만 모여도 시국 얘기를 한다
다들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니
국가관이 흔들리는 국민들
국민의식을 못따라가는 정치, 국가다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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