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설날에 시골집 정리하다(2019. 2. 1. ~ 5.)

하진수 하진수 2019. 2. 7. 11:29

올해 설날은 2월 5일(화요일) 토,일요일이 끼어 있는 연휴이다.

설날 전까지는 골프를 하거나 산에 다니다가

설 차례를 올리고 시골에 가면 하룻밤 자고 돌아오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이번에는 설 차례를 시골에서 지낼까 하여 

차례상을 울산이 아닌 시골집에서 올려도 되는지 주변에 자문을 구했다

다들 "귀신은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니 괜찮다"고 하기에

집사람의 동의를 받아서 시골집에서 차례를 지내게 되었다.

 

이참에 평소 생각했던 재너미 밭의 잡목과 금당실 넘어가는 고갯길 옆

산소 주변의 밤나무가지 치기와 제거, 대대알밤 밭의 잡목을 제거하고,

집마당과 산소에 잔디 이외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제초제 살포,

집안정리까지 마치기로 마음 먹었다.

 

연휴가 길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연휴가 길고

동생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으니 계획하였던 일 모두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2월 1일 울산집에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 오후 1시에 출발하여 3시경 도착한 시골집

겨울날씨에 보일러가 얼어 있으면 어떻게 조치를  할까라는 걱정과 달리 보일러는 얼지 않았다.

보일러센서를 '실내온도'에 놓고, 최저 온도로 눈금을 맞춰 놓아서인지

영하의 기온이 되면 보일러가 자동으로 가동하니 배관이 얼지 않았던가 보다

집에 들어서면서 보일러를 작동시키고 보일러실에 가보니

탱크에 석유가 얼마남지 않았다.

 

옥계주유소에 석유를 주문하고 계산을 하니 금 351,000원이다.

탱크 가득 석유를 채워 놓았으니 올해 겨울까지는 사용할 수 있겠지~

 

이윽고 선대 산소와 뒷골 밭으로 들어가는 농로의 진입로 공사 현장을 둘러본 후

 

함양에 있는 '장터국밥'집에서

갓삶은 돼지머리 수육 한접시와 소주 1병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날은 어두워져 조용한 정적속에 태양광 전등만이 마당을 환히 밝혀주고 있다.

 

거실과 큰방, 작은방의 불을 밝히고

처마밑의 전등까지 밝히니 그제야 사람사는 집같은 느낌이 든다.

그자리에  있어야 될 사람이 없으니 가슴 한 구석은 허전하고,

맥주 두병의 기운을 빌려 썰렁한 겨울밤을 보낸다.

 

상쾌한 아침이다

울산에 있으면 8시가 다 되어야 일어나는데,

시골에서는 새벽 5시쯤에 잠이 깨어

동이 터 오는 바깥으로 나와 집안을 살피면서

밝은 태양을 맞이하니 기분이 참 상쾌하다.

 

일요일은 비가 와서 아무일도 못하고 놀다가

동생부부와 함께 함양에 가서 돼지 수육과 국밥으로 저녁을 먹고

소주잔도 기울였다.

 

주차장 옆에 있는 엄나무 세그루도 말끔하게 가지치기를 하고

 

대문 옆에 있는 감나무도 키를 낮춰 키워볼 요량으로 밑둥을 잘랐다

 

체리나무 전지와 가지의 유인작업,

바닥에는 부직포를 깔 생각이었는데,

버려야 될 합판을 정리할 겸  

판을 바닥에 깔아 앞으로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하였다

 

대추나무와 가죽 나무도 전지, 유인작업을 하고

살구나무 도장지도 잘라 주었다.

 

창고에 있던 벼 일곱가마니는 '뇌산마을'에 있는 정미소에 싣고가 방아를 찧고 (6가마 남음)

헛간에 어머니가 사용하던 차광막과 곡식을 말릴때 사용하는 인조덕석을 내다 버렸다

지난해 6월에 철거했던 간이창고의 잔재도 쓰레기 봉투와 재활용 마대에 담아 내다 버리면서

3일내내 많은 쓰레기와 나무를 태워 없앴다.  

 

집 왼쪽 담벼락 밑도 치우고

 

주차장 좌우로 있는 일년생 잡초와 쓰레기도 긁어 모아 치웠다

 


 

많은 것을 태워 없앴지만

태울 수 없는 것은 쓰레기 봉투에 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마대에 담아서 내 놓았다.

 

 

설날 차례를 모시고

얼마있지 않아 동생 부부는 돌아갔다.

곧 이어 둘째 자형과 순헌이 순우부부가 외할머니가 계셨던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아이들의 세배를 받고 가만히 보니

순헌이 처의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에 흐뭇한 기분이 든다.

순헌이 둘째 아이의 피부 발진으로 하룻밤을 묵는다는 계획은 포기하고,

점심식사 후 곧 일어나 귀가를 서두른다.

 

손님들을 배웅하고

집사람과 상봉이, 셋이서 남아있는 청소를 하다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청소를 하고나니 더 이상 할일이 없을 것 같고

갑자기 썰렁한 기분이 들어 머무르고 싶지 않다.

서둘러 보따리 보따리 싸 가지고 왔던 것과 남은 음식을

다시 차에 싣고 되돌아 나오려

집은 또 다시 정적이 흐르고

내마음 한 구석에 싸늘한 기운이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