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4일은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9월 22일~ 26일까지 5일간의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하는 생각에 설레인다.
아직 직장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긴 연휴가 기다려지고 좋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22일과 23일은 울산에서 골프를 하고,
24일 추석에는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 후 함양 선산에 들러 조상들께 인사하고
지리산 성삼제에서 노고단을 거쳐 고창에 석정 휴스파에서 온천을 즐기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나름 휴식을 취하는 일정을 세웠으나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고향은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어머니가 계시면 가을 추수를 하여 과일과 채소를 봉지 봉지 싸주곤 하셨는데,
이제는 내가 가을 추수와 뒷 마무리를 해야하니
생각외로 분주한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도천마을(우루목)이라는 표지석이
마을앞 입구에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다.
지난 주 벌초를 하려 왔을때
집안의 잡초도 깨끗이 제거하였다.
주인없는 뜰에는 꽃무릇(상사화) 꽃이 활짝 피어 벌과 나비를 불러모으고 있는데,
상사초로 더 잘 알려진 꽃무릇
선운사 꽃무릇이 잘 알려져 있지만, 함양읍 상림공원의 꽃무릇도 선운사 못지 않게 잘 가꾸어져 있다
호랑나비 한마리가 꿀을 빨기에 여념이 없는 중추가절
집 한켠에 있는 호박꽃에도 벌 두마리가 꿀을 열심히 흡입하고 있다
그 중 한마리는 꽃가루를 잔뜩 묻혀서 머리에 이고 있다.
활짝 피어난 장미와
백정화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고
피라칸타스도 열매를 맺어 차츰 붉은색으로 변해가며
집 안의 대추가 엄청 굵어 골프공만하다 (거짓말 조금 섞어서ㅋㅋ)
여러그루의 대추를 모두 수확하여 절반은 노모당에 주고
절반은 가져와 시들거나 무른것은 말리고
단단한 것은 생으로 먹기 위하여 냉장고에 보관하였다.
대문옆의 감도 어느듯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올해는 다른해와 달리 감이 많이 달렸는데,
그대로 두면 다 홍시가 되어 떨어져 버려질것 같아
손에 닿는 쪽으로 1접 가량을 따 와서 껍질을 벗겨내고 잘라서 채반에 널어 말리고 있다.
오후에 충주에 사는 동생부부가 내려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동생이 가져온 문배주 1병을 비웠다.
함께 마시긴 하였지만 알코올 도수가 40도가 넘는 문배주 1병을
거의 대부분 나혼자 마셨으니
보름달에 아니 술에 취하였다
결국, 술에 취해서 밖으로 나왔더니
어느새 중천에는 보름달이 환하게 떠서 집안을 비추고,
이웃집 지붕과 마을 창고 지붕위에도 넉넉한 보름달이 웃는다
올 한해 농사와 건강을 지켜준 달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이튿날 25일.
지난주에 벌초를 하였지만 산소 뒷 부분에 잡나무들이 많이 있어
가져간 톱과 전지가위로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산소 주위를 정리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산소 왼쪽에는 할머니 산소가 있고
오른쪽 밑으로 작은 아버지 산소가 있다
이곳의 지번은 함양군 병곡면 도천리 산19-6번지로
좌청룡 우백호가 있는
고즈늑한 산소로 명당중의 명당이다.
이왕 산소에 온김에 잊고 있었던 재너머 밭을 가보기로 하였다.
내 어릴적 재너미 밭은 고구마와 들께 등을 심어 가꾸었는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재너미 밭과 뒷골밭, 대대밭에 밤나무를 심었다.
아마 40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추석에 가면 어머니의 일을 덜어 드릴려고 논일과 밭일,
대대밭과 뒷골밭, 그리고 재너미 밭에 알밤을 주웠다
어느날인가 덥고, 습한 날씨에 모기가 물어 너무 간지럽고 힘들어
큰 알밤은 대강 주워 담고, 알이 작은 알밤은 발로 밟아 땅에 묻었는데,
어머니가 언제 보셨는지 아니면 알밤을 줍다보니 땅에 묻힌 알밤을 발견하셨는지
내가 밟아 파묻은 알밤을 까고 계셨다.
얼마나 미안하고 죄스러웠는지~
사실 옛추억을 되살리려고 하는게 아니고
밤나무 대여섯 그루에 땅 크기는 백평이나 이백평 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날 어머니가 재너미 밤밭을 네 앞으로 등기를 해 놓아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그 밭이 합천이씨 함양종중 명의로 등기가 되어있어
종중대표자를 찾아야 하고, 허락을 받더라도 측량하고, 등기 비용들고 하면
땅값보다 비용이 많이 들것 같아 이전등기를 생각지 않고 있었다
내가 관리를 하지 못하고 가만히 두면 부모님이 애써 가꾼 밭 한뙈기가 그냥 없어지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클지라도 부모님이 가꾼 밭을 그대로 두는 죄를 지어서는 아니되겠다는 생각에
도천리 산16번지, 합천이씨전서공파 사직공 후손 함양종중의 소유로 되어 있는 임야 중 우리밭을
측량하여 내 명의로 해 놓는것이 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할아버지 산소에 들렀다.
중간마을 하종환이 벌초를 깨끗이 해 놓았다.
그런데, 주변에 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아 햇빛이 들지 않아 잔디가 적고,
간간히 올라온 풀과 진달래와 참나무 등이 봉분을 보호하고 있다.
큰집 형님이 관리를 하여야 하는데,
형님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산소는 영 내몰라라 하고
나와 동생이 벌초비용를 지불하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으니
나 ~ 참 할말이 없다
큰아버지나 큰어머니 산소 관리하듯이 조금 신경쓰고 관리하면 좋으련만,,,
이곳의 지번은 도천리 산23-1번지로 되어 있고, 하우현이 소유자로 되어있다.
산소에 들리고 재너미 밭과
대대 알밤밭에 들러 알밤을 거의 한포대 가량 주웠다.
점심을 먹고 동생은 충주에 있는 집으로 출발하고
나는 지리산 노고단 등산을 하고 고창에 있는 석정휴스파에서 온천을 할 요량으로 급히 나섰다.
등산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성삼제 주차장은 아예 만원이고
주차장 양쪽 도로는 전 후방 3㎞ 부근부터 길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이 빼곡이 들어섰다.
나는 평소와 같이 남다른(?) 기지를 발휘하여
주차장 입구 주자금지 봉이 세워져 있는 봉을 넘어가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4㎞ 가량 1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노고단 휴게소
위에 보이는 노고단 정상을 올라가야 하는데,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 정상을 오르려면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여야 하고,
간혹 인원이 많지 않으면 입구에서 예약을 받아 출입을 허가한단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왔으니 노고단 산행 예약 인원이 많지 않기를 바라고,
아니면 추석으로 명절이니 예약을 하지 않아도 입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고단 고개로 향한다.
노고단 고개.
저 문을 통과하면 천왕봉 쪽의 지리산 종주코스다.
오른쪽이 노고단 정상 입구
저멀리 정상이 보인다.
다행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출입을 허락받았고
공원 안내원이 산림훼손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노고단은 높이 1,507m으로
바로 아랫쪽에는 중계탑이 있다
백두대간의 북쪽인 만복대와 우측끝 바래봉도 보이고
저멀리 아스라한 봉우리가 내가 자주 등산하는 백운산이다.
꽃향유
꽃향유와 개쑥부쟁이의 향연
용담도 꽃잎을 피웠다.
괭이비름과
흔히 구절초라 부르는 개쑥부쟁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산과
오른쪽 아래로의 섬진강 강줄기가 이어지고
하동 방면 섬진강 줄기
구례와 하동 방면의 산허리는 마치 포근한 양탄자를 펼쳐놓은 것처럼
포근함이 와 닿는다.
노고단 정상석과
돌탑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산 기운이 강해서 기도발이 잘 먹힌다는 노고단
정초나 각종 행사 또는 산신제 및 기우제 등을 이곳에서 지내며,
기도를 하면 들어준다는 마고 할머니의 노고단
몇년 전까지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곳
이곳에 예약없이 찾아왔으니
그래도 나는 재수가 억수로 좋은 사람이다.
예약없이 불쑥 왔으나 입산을 할 수 있었으니~~
오른쪽의 뾰쪽한 봉우리가 촛대봉
가운데 놓은 봉우리가 천왕봉, 왼쪽이 중봉이려니
여기서 약 40㎞ 정도 되니 내걸음으로는 이틀이나 삼일은 걸어야 닿을 수 있는 곳
그러나 한번 걸어가보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1,500고지 정상의 바람이제법 쌀쌀해서 몸을 으스스하게 만든다,
이제는 하산할 시간, 빨리 하산을 해야
1시간 30분 가량 거리의 고창 석정 휴스파온천 를 갈 수 있다
하산길의 쑥부쟁이
깨끗하고 아름다워 성처녀 같은 기품도 있다.
오늘 하루
조상들을 찾아뵙고, 알밤을 수확한 후
노고단 등산과 온천욕까지 마쳤으니 놀았다기 보다 바쁜 하루를 보낸 일정으로 기억된다.
연휴 마지막 날
집사람을 데리고 재너미 밭에 갔다.
집사람에게 재너미 밭의 위치와 등기를 해야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어제 다 줍지 못한 알밤도 두 봉지 주어왔다.
집으로 돌아와
집안에 있는 대추도 따고,
감을 따서 차에 싣고 창고에 있는 앙파를 손질하여 봉지 봉지에 담는다.
집안의 잡초도 제거하고 나무에 전지도 하면서
체리나무의 수형을 잡아주기 위한 노끈 한 묶음을 구입하여 나무를 묶는 등
일을 하다 잠시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 가신지 어언 1년 반
어머니가 있어 든든했고,
어머니가 있어 마음 편했던 고향집
어머니가 봉지 봉지에 담아 싸주시던 일을 내가 하고 앉아 있으니
불현듯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해지고 가슴은 싸한 바람이 분다.
한번 가면 두번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신 어머니
어머니의 큰 바람막이와 그 버팀목이 새삼 그립고,
그리워 눈물을 짓기도 하였다.
'시골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소 및 뒷밭 진입로 공사(2018. 12. 16) (0) | 2018.12.17 |
---|---|
가죽나무 이식 (2018. 11. 3.) (0) | 2018.11.05 |
체리 추가 및 약 살포(2018. 8. 25.) (0) | 2018.08.27 |
윗대 산소(2018. 8. 24.) (0) | 2018.08.27 |
뒷밭 및 산소 진입로(2018. 8. 24.) (0) | 2018.08.27 |